어느 여배우, 아역배우의 삶을 거친 한 배우가 이렇게 말했다. “아역배우의 삶에 대해 항상 무례한 질문을 하는 것은 어른이고, 필요이상의 걱정을 하는 것도 어른이었다. 나이를 먹는다고 다 좋은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다잡는다. 지금 어린친구들이 결코 어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세상에서 모든 걸 누리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웬만하면 조언하지 않으려 한다.” 오래 전 <박은빈>이라는 여배우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기자는 박은빈에게 아역배우로서의 삶은 어땠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화려한 조명과 어린 시절부터 익히고 닦은 연기력에 대한 우월감과는 전혀 다른 대답을 들려주었다. 우리에게 OTT 넷플릭스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한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역을 맡은 박은빈 배우였다. 그녀는 59회 백상대상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을 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녀는 이름이 호명되자 수많은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하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여러 차례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감격에 벅찬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 그건 자신이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힘들었던 그 역경과 지금의 수상이 페어링이 되었을 것이다. 그 감정을 억누르기에 힘겨워 빵빠레 소리에도 비틀댈 만큼 그녀에게 그날의 수상은 특별한 것이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노력하며 이를 극복하는 보편적인 가치의 위상을 한껏 보여준 아름다운 무대였다. 그런데, 갑자기 신문에 실린 어느 평론가의 망언에 가까운 모진 발언에 내내 얼굴을 찌푸리지않을 수 없었다. 이 눈살 찌푸리는 어느 평론가의 망언을 살펴보면, “쓴 소리를 하고 싶다. 시상식도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전 수상자들의 80, 90%가 감사합니다. 이다.” 이어 그는 대상 수상자인 박은빈을 콕 꼬집어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울고불고 코를 흘린다. 여배우가 30번을 인사하며 무대에 오른다. 이게 무슨 예의냐. 그러다. 팡빠레에 놀라 넘어진다. 품격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30세나 먹었는데. 송혜교에게 좀 배워라.” 이 기사를 보고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명색이 환갑이나 지난 분이고, 문화평론가이신 분인데 이게 무슨 평론인가? 이 사람의 발언은 먼저 인간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또한 “서른 살이 넘어도 울고불고, 송혜교 배우를 배우라.”는 극단적인 비교는 한참 도를 넘었다. 이런 평론은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믿는 것으로 이 평론가의 언변이 꽤나 거칠고 과격하며 상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스스럼없이 다른 배우와도 비교하는 크나 큰 무례마저 저질렀다. 그 평론가 역시도 환갑을 지낸 어른일 텐데, 그 평론을 보고 충격을 넘어 몹시도 불쾌하기까지 했다. 사람으로서 자신의 분야에서 노력한, 최소한 기본적인 사람에 대한 예의도 갖추지 못한 무례의 극치이다. 그것이 무슨 평론인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그렇게 비난과 막말을 해도 괜찮은 것인가? 평론가는 비평과 평론이라는 이름아래 상대에게 아무런 말을 박해도 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자신의 노력과 가치를 인정해준 타인에 대해 인사하고 또 감사하는 것이 어떻게, 왜 품격에 어긋나는 것인가? 외국의 시상식처럼 농담하며 거만하고 도도한 자세를 취해야만 그가 말하는 품격인가? 동의하기 어렵다. “송혜교에게 좀 배워라.” 이 대목이 참으로 압권이었다. 사람의 생각과 환경, 열정, 가치관이 다를진대 사람과의 비교를 서슴치 않게 해대는 극단의 무례함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비교 해야 할 것은 타인이 아니라 어제의 자신’이라는 고급스런 표현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 비평은 마치 하수 오물같은 더러움마저 풍겼다. 마치 평론가는 혹 비평가는 억지로라도 쓴 소리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지 모르나 인간에 대한 기본예의는 갖춘 후 접근을 했으면 좋겠다. 비평할 대상이나 혹은 그의 작품이 사회통념과 어긋남에 대해서 가타부타 언급하는 것이 평론가의 자세가 아닐까? 그날 시상식에서 그 어느 부분이 비난 받을 일인가? 아무리 그 시상식 장면을 돌려서 보고 또 보아도 공감하기 힘들다. 그가 혹독하게 비판한 감사하다는 인사를 30번 한 것이 그리도 천박하고 품격이 없었나? 신문 기사를 보는 내내 어안이 벙벙하다. 신문에 지면을 할애 받아 칼럼을 쓰고 있는 필자도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으며 본인의 생각을 강요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곧 독자에 대한 무례를 저지르는 것이고, 글쓴이의 우월감을 가진 것에 지나쳐 독자를 눈 아래로 보는 교만함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늘 수많은 말없는 독자를 두려워하고 그들의 생각을 존중해야한다.그녀는 시상식에서 그렇게 푹력적이고 거친 평론가의 그 발언과 대조되며, 보는 내내 품격 있게 청중들의 심금을 울렸다.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수긍하고 포용하면서 힘차게 내딛었던. 영우의 발걸음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습니다.” 그의 말처럼 어른이라고 자처하며, 어린사람의 마음을 베는 무례한 사람들에 대해 마음 쓰지 않기를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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