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물을 셋씩이나 넘어 장가든 바보 신랑이 신부 데리러 간다. 고리짝에 인절미, 북어, 닭찜을 지고 가며 이건 인절미, 이건 북어, 이건 닭찜, 열심히 외며 가다가 개울 훌쩍 뛰어 건너다 이름 잊었네. 이놈 이름이 뭘까. 눌러보고 당겼다 놓았더니 늘었다가 준다. 옳구나, ‘늘어옴지기’구나. 아무래도 이름이 안 나와 뒤로 던졌더니 소매 걸려 등을 치니 이놈은 ‘소매걸어등치기’, 이 녀석은 내던졌더니 비둘기가 놀라 구구 푸드드득 날아갔으니 ‘구구푸디디기’구나. 제가 지은 이름이라 잊지 않고 산 넘어 물 건너 신부 동네까지 한달음에 닿고 보니 때마침 개울가 빨래하는 수줍은 새댁이 낯익어 고리짝 진 채 새댁 대신 앞장선 새댁네 북슬 개를 따라 동네 세 바퀴 반 돌아서 사립 개구멍으로 들어선 바보 신랑. 장인어른이 한 입 먹고 맛있다며 마저 먹으려는 인절미 반쪽 뺏으며, “맛만 보라니까요.” 다섯 살 어린 아들 녀석이 스무 번도 더 들었던 다음 말을 낚아채며 깔깔깔 넘어간다. 그래도 아들 낳고 딸 낳고 백년해로 잘 살았단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신부 데리러 가는 바보 신랑의 발걸음이 덩실 덩실 신난다. 그런데 이를 우쩌~~신부네에게 줄 선물 이름을 안 잊으려고 죽어라고 외운 것들을 개울을 건너다 그만 까먹어 버렸네. 대신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늘어옴지기’‘소매걸어등치기’,‘구구푸디디기’ 이름 지어 신부 맞으러 간다. 신부를 개울가에서 보긴 봤는데 따라가야 할 신부는 안 따라가고 엉뚱하게 복술 개를 따라갔겠다. 개가 들어가는 곳이 대문이었으면 좋은데 아뿔싸! 자기네 개구멍으로 들어가니 바보 신랑이 개구멍으로 똑같이 신부 집을 들어간 것이다. 그래도 마음씨 좋은 장인은 사위 왔다고 반가워 맞이한다. 준비해 온 인절미를 장인이 꺼내 반쪽 채 먹기도 전에 바보 신랑이 장인 입에 물린 인절미를 뺏은 것이니 이 일을 우짜꼬. 그래도 장가를 가긴 간 모양이다. 그래도 신부는 그 신랑과 백년해로를 하긴 한 모양이다. 그 아들 녀석이 아버지 이야기를 다 외우고 있으니 장가를 가긴 잘 간 모양이다. 얼씨구절씨구 바보 신랑이 아들 낳고 딸 낳고 백년해로를 잘 했던가 보다.<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