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고랑에서 삐끗해 금 간 다리뼈 겨우 붙으니늙은 어머니는 무릎걸음으로 엉금엉금 마당가로 가참나무 아래서 도토리 주워 껍질 까다가막내아들이 쉬라고 하면 내뱉었다놔둬라이, 뼈에 숭숭 드나드는 바람 달래는 거여장가 못 든 쉰줄 막내아들이홀로 된 여든줄 어머니 모시고 사는데막내아들이 검정콩 베어다 마당 한복판에 쌓아놓으면늙은 어머니는 참나무 가지로 타닥타닥 두드려 털고막내아들이 멀리 틘 콩 주워오면 소리질렀다놔둬라이, 한구석에 묻혀서 명년까지 있고 싶은 거여막내아들이 갈아입힌 속옷에 새물내 나서늙은 어머니는 코 킁킁거리며 새물새물 웃다가막내아들이 겉옷에 붙은 풀씨 뜯어내면 중얼거렸다놔둬라이, 혼자 못 가는 곳에 같이 가자는 거 아니겠냐늙은 어머니가 해거름에 집 안으로 들 적에이웃집 수캐가 어슬렁어슬렁 대문 먼저 넘어서암캐에게 올라타려고 낑낑거리는 꼴이 민망해서막내아들이 콩줄기 거머쥐고 후려치면 말렸다놔둬라이, 지들 딴엔 찬 밤 길어지니 옆구리 시린 게여다들 지 살자고 하는 짓이여 다들 지 살자고 하는 짓이여<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어버이날, 마음이 따뜻해지는 어머니와 아들의 구수한 대화, 슬몃 웃음이 번지는 시 한 편, 같이 한다쉰 줄 노총각이 여든 줄 어머니를 모시고 농사를 짓는다. 흔히 보는 우리네 농촌 실태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 홀로 사는 어머니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막내인 순박한 총각이 도회지를 포기하고 어머니 곁에 남은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늘 막내아들이 아픈 손가락이다. 안쓰럽다. 그래서 금이 간 다리뼈가 겨우 정상이 되자마자 무릎걸음으로 마당에 나와 도토리 껍질이라도 까서 일손을 도우려 한다. 아들은 말리지만 어머니는 아들이 말을 꺼내기 전 벌써 말을 낚아챈다. 작은 간섭이 시작되고 있다. 그런데 그 말 추임새가 참 구수하다. 무엇이든 받아주고 감싸주는 건강한 해석법을 어머니는 가지고 계신다. 무릎걸음은 뼈에 숭숭 들어가는 바람을 달래려고 걷는 것이란다. 멀리 튄 콩이 아까워 아들이 쫒아가 주우려고 하면 그 콩이 우리 입에 들어오기보다 지 살려고 튀어 가는 것이라고 해석을 내려 주신다. 그러니 ‘아서라 그대로 놔두라’고 어머니는 아들을 말리는 중이다. 수캐가 암캐에게 낑낑거리는 모습을 보고 장가 못간 아들은 심술이 나는데 어머니는 그냥 놔두라고 또 간섭하신다. 다들 지 살자고 하는 짓이니 죄가 없다는 것이다. 생명의 경외심을 일깨우는 어머니의 마음을 읽는다.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