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경일(55) 상명대 중국어문학과 교수가 새 책 `유교 탄생의 비밀`(바다출판사)을 들고 돌아왔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에서 유교 문화가 한국 사회에 끼친 폐해를 문화사상적으로 조명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갑골문, 청동기 명문, 죽간 기록을 토대로 발생학적 측면에서 유교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학술적으로 고증한다.
김 교수를 13일 전화로 만났다.
"동양 사상의 원류를 찾기 위해 갑골문을 배웠는데 오리지널 텍스트인 갑골문을 보니 여태껏 제가 (유교에 관해) 알 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환상이 깨진 상태에서 10여 년 전 젊은 혈기에 아는 것을 토해내서 쓴 게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였습니다. 돈을 벌려고 책 제목을 도발적으로 달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학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김 교수의 결론은 분명하다.
"유교는 어느 한 인물, 지금까지 언급됐던 공자로부터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유교를 공자가 만들었다는 것은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다"면서 "유교는 어느 한 사람이 정리하고 만든 게 아니라 그 당시 정치, 사회 합의체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나온 문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모든 사람이 유교를 공자가 만들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어, 진짜 그래?`라는 의문에서 출발합니다. 오리지널 텍스트(갑골문, 청동문, 죽간)를 보니 유교는 한 개인이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중국 학자들도 이 사실을 알지만 몇몇 젊은 학자들이 우회적으로 언급할 뿐 대놓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공자라고 하면 어질 인(仁)부터 떠올리지만 김 교수는 "공자 당대에 사용한 문자에는 어질 인의 글꼴 자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 최초로 갑골문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중국 상(商)대 갑골문, 서주(西周), 춘추전국시대의 청동기 명문, 죽간 기록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고대 문자로 된 텍스트를 한자로 바꾼 뒤 다시 한국어로 일일이 번역했다. 이 책은 30년에 걸친 김 교수의 유교 연구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스무 살에 유교에 미쳐 지금까지 연구에 매진해왔는데 이 책으로 연구를 한 단락지었다"면서 "30년 동안 머릿속에 있던 미스터리에 대한 나름의 답을 얻은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로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려 대법원까지 갔던 김 교수는 "이번 책에서 갑골문, 청동기 명문, 죽간 기록을 다 풀어서 보여줬다"면서 "새로운 학술적인 토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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