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녘,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꾸벅 꾸벅 졸다가 어깨에 얹혀오는옆 사람의 혼곤한 머리,나는 슬그머니 어깨를 내어준다.항상 허세만 부리던 내 어깨가오랜만에 제대로 쓰였다.그래, 우리가 세상을 함께 산다는 건서로가 서로의 어깨에피로한 머리를 기댄다는 것 아니겠느냐서로의 따뜻한 위로가 된다는 것 아니겠느냐<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어스름 녘은 늘 피곤을 동반한다. 밝을 때까지 움직이고 어둠이 스며들 때쯤은 제자리로 돌아 갈 시간이 온 탓이다. 햇볕이 사그러들 즈음 새들도 서로의 둥지를 향해 날아든다. 합리를 찾아 헤매었던 하루를 이제는 편리의 쉼터로 오라는 소리, 어스름 녘에는 꼭 있다. 서서히 몰려오는 피곤을 눕힐, 집으로 향하기 위해, 버스를 탄다. 자리에 앉자마자 버스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졸기 시작한다. 머리가 왔다갔다 제멋대로이다가 어쩌다 그 옆 사람의 어깨에 슬그머니 얹혀진다. 하루의 피곤이 그 어깨에 머문다. 그 혼곤함을 지켜주려 옆 사람의 어깨는 가만히 있기로 한다. 행여 깨울세라 조심스럽다. 어깨에 힘을 주고 허세를 부리던 어깨의 호기를 버린다. 다소곳해진 어깨에 편히 잠들어 있는 ‘전혀 모르는 옆 사람’의 머리를 어깨는 가장 편안한 자세로 받아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고단하고 지친 어깨를 내준다는 것일 것이다. 어깨를 수평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날선 눈썹, 경계의 눈빛을 내려놓는다는 말일 것이다. 토닥거려주는 마음으로 살아가자는 약속일 수도 있다. 어깨를 내어주는 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도 내어주는 시간이 된다. 버스 안은 따뜻한 기류가 은근하게 흐르고 있다. 그 은근한 다사로운 마음을 집으로 가져가고 내일 만날 사람들에게 전해 주기 위해 옷 속에 포옥 안고 간다. 각박함 속에서 서로 위로가 되어 줄 어깨의 소박한 마음 하나… <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