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손가락만큼 한문구멍으로 들어온 햇살이눈부시다아침에야 이르러있는 그대로 드러내는간밤의 어둠 속 먼지보이고 싶지 않은 걸모두 보이고 있다는 게너무 눈부시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한지의 여닫이문이 있는 남향의 낡은 기와집에서 지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새벽동트기 직전은 빛보다 소리부터 들린다는 것을. 수탉의 홰치는 소리, 감나무를 오르내리는 박새며, 곤줄박이며, 콩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마당을 쓸어 담는 싸리비 지나가는 소리. 가마 솥뚜껑 여는 소리. 아궁이에 장작개비 들어가는 소리. 불길을 휘어 나가는 나무들 튀는 소리. 그 소리들이 귀에 들어 올 즈음이면 동녘에서 햇살이 엷게 창호지를 밀어댄다. 아직 어둠이 남아있는 방안이라, 게으르게 이불 속에서 실눈을 뜨면 어느 새 들어 와 있는 햇살 한 줌. 누군가의 침으로 내놓은 구멍으로 아기 손가락만큼 한 햇살이 먼지와 놀고 있는 것이 보인다. 햇살 안에서 춤추듯 살랑이는 먼지를 보면서 간밤 어둠을 생각한다. 어둠 속에서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 햇살 안에서 환하다. 비록 숨기고 싶고 감추고 싶었던 것들인데 햇살 안에서는 있는 그대로 보인다. 먼지처럼 아주 작은 것이라도 보인다. 물속처럼 굴절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낡은 기와지붕 위의 이끼를 어루만지는 바람 속에 하루가 시작된다. 햇살 속으로 걸어 나간다. 햇살의 힘, 눈부신 일이 일어난 것이다.<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