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두어 그루가 추위를 탔을까 외롭다 속삭이며 양지녘으로 옮아 서니 이웃에서 하나 둘 모여 살데 숲을 이루고 대통에 꿈을 키우며 살데 센 바람은 걸러내고 여린 미풍은 구름으로 풀어내며 대통으로 산소를 뿜어내데 때로는 쏴- 먼 바다의 함성을 지르듯 속을 비우고 올곧게 일어나라, 올곧게 일어나라 天聲을 지르데 아- 크낙한 우레소리 대나무 숲에 들어가 서면 나는 세월을 뛰어 넘어요 처음과 끝이 없는 永遠을 살아요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대나무 숲의 바람 소리. 그들끼리 몸 부비는 소리. 대나무는 홀로인 듯 모여 산다. 땅 밑 뿌리로 줄기를 뻗고 이웃을 만들어 간다. 서로 부대끼고 부딪치면서도 아우르며 산다.대나무는 대통을 비워 두고 꿈을 담는다. 그 꿈을 마디마다 키워 나간다. 센 바람은 걸러내고 여린 미풍은 구름으로 풀어낸 다음 맑디맑은 산소를 대통으로 담아낸다. 고요히 뿜어내는 대통 안의 산소를 인간은 마신다. 초록의 기운을 마신다. 나누어주는 그 마음을 고마워하며 들이키는 것이다. 대나무는 우리들에게 스승이며 교육자다. 말없이 바람의 소리로만 가르친다.같이 어울려 사는 법을 가르치고. 시류에 유연하고 자존감의 강인함을 가르친다. 바람에 흔들려도 뿌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뿌리의 굳건함이 자신을 버티게 한다. 동조는 하지만 지조를 지키는 것이다. ‘크낙한 우레소리’같은 대나무의 바람소리는 올곧게 일어나라는 함성인 것을… 적적한 시골 뒤뜰에 대나무를 심는 것은 이웃을 만들어가고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나누어 줄줄 아는 대나무의 본성을 알기 때문이었겠지.어릴 적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하신 아버지 말씀은 “대나무 숲에 보낼 거다.” 그 말만 들으면 기겁을 하고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 그 시절에는 대나무 숲이 그렇게 무서웠다. 이제 그렇게 두려웠던 이유를 알겠다. 대나무 숲에는 엄격한 선생님이 회초리를 들고 서 계셨기 때문이었다.<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