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시 눈을 감고 고을 지켜 몇 해인가 꽃바람 살랑살랑 봄꿈을 꾸고 나서 자비론 미륵보살님 옛 이야기 들려준다. 산뜻한 오색 전각 석화 피운 삼층 석탑 파아란 하늘가에 꽃구름이 피어나고 아슴한 뻐꾹새 소리 산 꿩들이 울어싼다. 향긋한 꽃 내음이 마실을 감아 돌고 마실 새 콩닥콩닥 해 가는 줄 모르는데 천죽산(天竹山) 산 까치 한 쌍 꽃바람을 가른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평화롭다. 지그시 눈을 감는다. 고요하다. 봄을 넘어 온 바람 한 줄기 머리칼을 흐트러뜨릴 뿐 적요한 공기가 흐른다.그 풍경이 세상사에 찌든 어지러움을 스르르 날아가 버린다. 맑은 꽃향기가 절로 몸에 묻어나는 듯하다. 뻐꾹새 소리가 아슴하게 산을 가르고 산 꿩들의 푸드덕거림이 산의 적요를 깬다. 봄을 물어 오기 위해 어치인 산 까치 한 쌍이 천죽산을 휘돈다. 그곳에 석화 낀 삼층 석탑이 시간을 안고 편안하다. 자애로운 미륵보살님이 웃어 보인다. 보광전에 봄이 온 것이다. 보광전은 석가모니불을 모신 건물이다. 화엄경에 마갈제국의 보리도량에서 정각을 이루고 보광명전의 연화장사자좌에 세존이 앉아 있었다고 했다. 석가모니불이 모셔진 보광전이 경건해 보인다. 미륵은 친구를 뜻하는 미트라에서 파생한 마이아트리아를 음역한 것이다. 미륵보살은 인도 바라문 집안에서 태어나 석가모니불의 교화를 받으면서 수도했으며 성불하리라 수기 받고 도솔천에 올라가 설법을 했다고 한다. 부처가 되기 전 단계여서 보살이라고 부르는 미륵보살은 친근함으로 다가선다. 현재에서 미래를 꿈꾸는 미륵반가사유상은 사유의 핵을 건드려준다.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 마치 봄볕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같다. 아는 듯 모르는 듯 미소가 신비롭다. 보광전의 봄을 거닐어 보는 시간.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온기가 온몸에 스며든다.<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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