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에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1년 12월 대구 중학생 권모군이 학교폭력으로 고통을 받다가 자살한 이후 정부 차원에서 학교폭력 예방대책이 수없이 나왔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숨진 최모(15)군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5명으로부터 폭행, 갈취 등 괴롭힘을 받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겨 2년 가까이 학교폭력에 시달렸음을 알렸다. 이는 정부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 시행되던 시기와 겹친다. 특히 최군은 유서에서 ‘학교에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긴 하지만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 ‘화장실과 같은 사각지대에서 주로 맞았다’고 적어 CCTV 설치가 형식적으로 시행됐음을 지적했다. 지난해 2월 정부는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어서 부처별로 다양한 학교폭력 예방대책이 나왔다. 모든 학교에서 연 2회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하도록 했고,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각 학교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도록 하는 등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ㆍ교육을 강화했다.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하여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대책 발표 후 배움터지킴이 등 학생보호인력은 8천955명에서 1만 633명으로, 안심알리미 이용 학교는 3천98개교에서 4천355개교로 각각 늘어났다. 경찰도 학교폭력 신고전화를 117로 통합 운영하는 한편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단속과 예방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학교폭력은 사라지지 않았고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다. 최군의 유서에 따르면 학교 내 CCTV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유서에는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해도 백 퍼센트 못 잡아내요. 반에서도 화장실에서도 CCTV가 안달려 있거나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괴롭힘은 주로 그런 데서 받죠…있다고 해도 화질이 안 좋아 판별하기 어려운 데서 맞습니다…학교폭력을 없애려고 하면 CCTV를 더 좋은 걸로 설치하거나…’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CCTV는 적재적소에 설치하고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학생들이 어디가 CCTV의 사각지대인지 알고 있는데다 학교의 관리까지 소홀하니 CCTV 설치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 나오고 1년 새 학교에 설치된 CCTV는 8만 9천867대에서 10만 53대로 수치상으로 늘어났으나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은 계속 있었다. 지난해 11월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학교 CCTV가 사람이나 차량의 번호판을 식별하려면 최소 100만 화소 이상이 돼야 하는데 조사대상 1만 7천471대 가운데 96.8%가 50만 화소 미만으로 식별이 불가능했다. 상당수가 교문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설치돼 있거나 인근에 장애물이나 다른 조명 시설이 가로막고 있어 촬영이 어려웠고 야간 당직실에만 모니터가 설치돼 상시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일로 정부 차원의 대책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CCTV도 그렇거니와 최군의 경우 지난해 출신 중학교에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학교 측은 문제점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교육 당국이 보다 면밀하게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계적인 CCTV 설치나 실태조사는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 보복에 대한 두려움, 이로 말미암은 따돌림 등을 걱정하느라 피해 학생들은 학교나 부모에게 제대로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 가해 학생이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피해 학생이 여전히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도 흔히 일어난다.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노력과 더불어 학생들이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 경우 교사에 대해 신뢰가 중요하다. 학교폭력으로 더는 어린 학생들이 희생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 / 150자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비밀번호를 8자 이상 20자 이하로 입력하시고, 영문 문자와 숫자를 포함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