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 낳고 셋방을 살던 그 때아침 해는 둥그렇게 떠오르는데출근하려고 막 골목길을 돌아 나오는데뒤에서 야야! 야야!아버지 목소리 들린다"저어...너... 한 삼십만 원 없겠니?"그 말 하려고 엊저녁에 딸네 집에 오신 아버지밤새 만석 같은 이 말, 그 한 마디 뱉지 못해하얗게 몸을 뒤척이시다가해 뜨는 골목길에서 붉은 얼굴 감추시고천형처럼 무거운 그 말 뱉으셨을 텐데철부지 초년생, 그 딸"아부지, 내가 뭔 돈이 있어요?!"싹뚝 무 토막 자르듯 그 한마디 뱉고 돌아섰던녹슨 철대문 앞 골목길,가난한 골목길의 그 길이만큼 내가 뱉은 그 말아버지 심장에 천 근 쇠못이 되었을 그 말오래 오래 가슴속 붉은 강물로 살아아버지 무덤 봉분까지 치닫고 있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이제는 나이 드셔서 돈 벌 능력이 없으신 아버지가 딸에게 모처럼 찾아 와 건네신 부탁 한마디 ‘삼십만 원.’ 평생 가슴에 못이 박힌 돈의 액수였다. 아버지에게는 쓰임새가 아주 긴요한듯한데 딸은 냉정하고 차갑게 대꾸하고 만다. 자신의 처지만 생각했을 뿐 아버지의 어려움은 추호도 염두에 두지 않았을 말…그렇게 거절했을 때는 아버지의 심정을 몰랐을 것이었다. 일부러 먼 곳에서 딸네 집에 올 때는 어느 누구보다 미더워서 일텐데 말이다. 딸은 아버지의 그 미더움을 단칼에 내쳐버린 것이다. 씁쓸해 하는 아버지의 얼굴 표정이 눈에 선하다. 아버지의 가슴이 얼마나 쓰라리셨을까. 삼십만 원도 없이 사는 당신의 처지가 너무 비참했을 것이었다. 등 비빌 구석이 자식이었는데 그곳마저도 없어졌다. 나이 들고 힘없는데다 돈도 없는 아버지의 초라함이 가슴을 저민다. 딸을 키울 때는 당신 입에 든 것도 주고 싶을 만큼 아낌없이 다 내어 주었고 더 못해 준 것을 안타까워했을 아버지의 사랑을 딸은 그 흔적마저도 지워버렸던 퉁명스러운 한마디 “내가 뭔 돈이 있어요?”. 이제는 시인도 그 아버지의 나이가 되고 자식들을 키워보니 아버지의 심정을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후회스러워 아버지에게 잘해 드리려고 해도 아버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얼마나 두고두고 아팠길래 대못무게가 천근에다 골목 길이만큼 길었을까. 그 못이 딸의 가슴에 그대로 박힌 것 이다. 해, 저 붉은 얼굴을 볼 때마다…. < 수필가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