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불 시그널이 꿈처럼 어리는거기 조그마한 역(驛)이 있다. 빈 대합실(待合室)에는의지할 의자(椅子) 하나 없고 이따금급행열차가 어지럽게 경적(警笛)을 울리며지나간다. 눈이 오고비가 오고..... 아득한 선로(線路) 위에없는 듯 있는 듯거기 조그만 역(驛)처럼 내가 있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눈이 오고 비가 오고 ‘생(生)’은 지나간다. 정해져있는 선로를 달리는 기차처럼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다. 때로는 어떤 역에서 멈추기도 하지만 곧 출발한다. 누군가가 내게 머물러 있다가 헤어진 것처럼 기차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보내기도 하고 받아들이기도 하면서 무심을 가장한다. 기차가 기적 소리를 내며 달리는 모습이 먼 곳에서 바라보면 하나의 근사한 풍경이 된다. 마찬가지로 원근에서 바라보는 생의 모습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렇게 별 일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가 보면 그렇지 않다. 숱한 사연이 저변에 깔려있다. 가까이에서 자신의 근경을 바라보고 있는 조그만 역이 있다. 그 대합실에는 의지할 의자 하나도 놔두지 않은 역이다. 휑하고 허전하기 짝이 없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도 없는 초라한 역 하나. 내리는 사람 거의 없고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마저 거의 없는 쓸쓸한 곳이다. 겨우 코스모스 몇 개만 역 표지판 앞에서 손을 흔들 뿐, 이따금 급행열차가 어지럽게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 버리면 그만인 곳. 그 자그마한 역의 일상이 곧 시인 자신의 모습으로 전이된다. 때로는 북적이는 인파가 넘치는 역을 상상한 적도 있었을 테고 때로는 화려하고 번쩍이는 역처럼 자신도 그렇게 펼치고 싶은 적도 상상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자신은 그대로의 작은 역일뿐인 것이다. 비가 오고 눈이 쌓여 계절은 바뀌지만 그 모습 그대로 변함없이 쓸쓸한 작은 역.…자신의 생이 꿈에서인 듯, 안개 속에서인 듯 아득하게 지나가고 있다. 생은 어쩌면 허(虛) -인지도 모른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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