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채송화 꽃처럼 조그마했을 때꽃밭이 내 집이었지.내가 강아지처럼 가앙가앙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마당이 내 집이었지.내가 송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다녔을 때푸른 들판이 내 집이었지.내가 잠자리처럼 은빛 날개를 가졌을 때파란 하늘이 내 집이었지.내가 내가아주 어렸을 때,내 집은 많았지.나를 키워 준 집은 차암 많았지<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어린 날들을 소환할 때마다 생각나는 작은 꽃, 장독대 주위를 감싸듯 피어있는 정말 쬐끄만 꽃. 채송화꽃, 그 꽃 속에는 어린 날이 자라고 있다.채송화처럼 작은 키로 아장거릴 때 마당 안 꽃밭은 나를 키워 주었다. 봉숭아꽃이며, 아카시꽃 향기가 나를 안아 주었다. 나비들의 팔락거림은 칠판이 되었다. 날개짓이 나타내는 것은 글씨였다. 그들의 움직임은 모두 공부였다. 넘어져도 꽃 속이었다. 아늑한 공간이 나를 키웠다. 내가 강아지만큼 자랐을 때는 마당이 나의 숙제 장이었다. 열 바퀴를 돌아도 숙제는 끝나지 않았다.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은 호기심의 강아지처럼 뛰어다녔다. 토란 잎이며, 무꽃이며, 심지어 지렁이조차도… 모든 것이 재미있었다. 마당의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꽃으로 목에 건 보석을 만들기도 했다. 귀중했다. 감꽃은 늘 수공예 작품처럼 빛났던 기억이 선명하다. 감꽃을 목에 걸면 목걸이, 손가락에 끼면 가락지, 팔목에 얹으면 팔찌가 되는 너무나 예쁜 꽃 보석 잔치였다.조금 더 자라서 송아지 키가 되었을 때 키에 걸맞게 내 집은 더 넓어졌다. 들판이 내가 기거하는 곳이었다. 하루종일 들판을 뛰어다녔다. 메뚜기도 친구고 방아깨비도 친구가 되어 주었다. 들판의 바람이 나를 키웠다. 이제 세상을 찾아 나설 만큼 자랐을 때 은빛 날개가 생겨 나와 파란 하늘을 날아다녔다. 그렇게 자연이 주는 내 집은 나를 키워 주었다. 고마운 자연! 나는 나 혼자서 자라난 것이 아니었다. 이제야 철이 든 모양이다.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