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란마음 한 켠이 새고 있다는 것이니빗속에 누군가 그립다면마음 한 둑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니비가 내린다, 그대 부디, 조심하기를심하게 젖으면, 젖어들면, 허물어지는 법이니비 내리는 오후 세 시마침내 무너진 당신, 견인되고 있는 당신한때는 ‘나’이기도 했던 당신떠나보낸 줄 알았는데비가 내리는 오후 세 시나를 견인하고 있는 당신<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어느 사이 봄이 곁에서 껴주던 팔짱을 풀고 있다. 초여름이 일찍 오시려나 보다. 이틀째 봄비가 여름비처럼 소나기로 퍼붓다가 그친다. 그러다가 방울 방울 눈물처럼 내리고 있다. 비 때문이려니… 뭔지 모를 것이 가슴 밑바닥에서 스믈거린다. 마음 한 둑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아리다. 참으로 아끼는 제자 겸 벗이 먼 세상으로 떠났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이 모세혈관을 타고 심장으로 들어와 가슴을 두드리고 횡경막을 잡아당기고 있다. 호흡이 멈추는 것처럼 숨이 젖어 들고 있다. 비는 그리움을 흐르게 한다고…. 떠나는 길 ‘그대 부디 조심하기를’ 그곳에서 평안하시기를…못다 한 삶은 그곳에서 부디 잘 보내시길…두 손 모았다.비 내리는 오후 세 시는 지나갔지만 음울한 하늘에 이미 견인되어 끌려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많은 시간들을 같이 했던 생전에 벗의 눈길이 비처럼 가슴을 흘러내린다.비 내리는 오후는, 틈새 없이 울타리 쳤던 자신에게서 가출하는 영혼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비의 눈길이 아련하다. 빗물이 스며들고 있는 틈 사이로 떠나보낼 수 없었던 슬픔이 번지고 있다. 촉촉이 젖어 오는 눈가. 비 내리는 오후 세 시는 누군가를 보내고 그리움을 채운다.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