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피부과도 같이하는 거 아시죠? 흉터만 봐도 알아요. 가해자가 어떤 고통을 원했는지…. 악마던데?”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끼어들지 마.” 최근 넷플릭스에서 최고의 흥행을 질주 중인 드라마 “글로리” 의 일부 대사이다. 어째서 이 드라마의 제목이 ‘영광? 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복수를 하는 것을 두고 ‘영광’이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신 학교폭력에 대한 따끔하고 매서운 일침 같은 것이리라. 이 드라마의 줄거리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학교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철모르던 시절 신체적으로 힘과 집안의 배경과 그릇된 심성이 일체가 된 폭력을 주제로 삼았다. 한국 드라마 ‘더 글로리’가 압도적으로 유행하자 학폭을 고백하며 뒤늦게 사과하는 행렬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국내 뿐 아니라 외국, 태국까지 번진 연예인 학폭 논란이 연달아 터졌다. 여론이 악화가 되어 학교폭력에 거론된 스타들이 줄줄이 사과 및 변명을 내놓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졌다. 국내에서는 일찍이 학폭 논란의 중심이 되어 국가대표 자리를 내어놓은 운동선수도 있었고, 여러 가수 등 스타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한목소리로 “과거의 일로 아직 친구의 마음에 상처가 남아있다면 죄송하다. 제 잘못으로 고통받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라고 전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드라마 ‘글로리’를 보면서 술자리의 대화마저 뜨겁게 번졌다. 술잔을 기울이며 드라마의 파급력과 그 내용에 관해서도 토론하게 되었다. 또한, 기성세대 중에서는 특이하게도 반론을 펼치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 “학창시절, 특히 7080, 8090 시절의 운동선수라면 누구 할 것 없이 학년 별로 선, 후배의 군기란 게 있지 않았냐?”는 반론도 있었다. “이해할 수도 눈감아 줄 수도 없지만, 당시 엄연한 하나의 문화로 존재했음은 사실이다. 그리고 예전의 행위를 지금의 잣대를 가지고 처벌하는 건 가혹하지 않는가?” 는 뜻밖의 반대론자도 있었다. 물론 사석이고, 표본이 아주 작은 개인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일 뿐이다. 어쨌든 드라마 ‘글로리’의 파급력과 ‘연진이’가 주는 학교폭력의 경각심은 크게 올라갔다. 이 드라마가 얼마나 인기가 있었나 하면, 그냥 드라마 속의 가상 인물인 박연진, 즉 연진이를 부르는 것이 유행이 될 정도이다. “연진아. 밥 먹으러 가자.” “연진아. 이 옷 어때?” 아무 상관도 없는 일상생활에 연진이라는 이름을 앞세우며 부르는 유행이 번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이 외국인 시청자들이 먼저 유행을 부추겼다. 다만 연진이를 부를 때마다 그 끔찍한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으면 한다. 폭력이 폭력을 낳고 드라마에서는 자랑스레 치밀하게 복수가 이루어진다. 결국, 폭력배들이 즐비한 감방에서 옷자락을 묶으며 <내일의 날씨>를 예보하는 ‘기상캐스터’ 박연진의 눈에 맺힌 눈물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한 때, 폭력이 미화되고 폭력배가 멋있게 화면을 장식하는 영화를 보고 장래희망이 조폭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이제는 정비되어야 한다. 그리고 드라마 <글로리>에서 보인 것처럼 어린 시절의 잘못되고 삐뚤어진 행동이 상대방의 삶을 파괴하고 결국 자신의 인생마저 무너뜨리는 것이다. 아직도 그런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단지 ‘빌런’이라며 부러워하는 청소년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상처럼 보이는 그 불량배들의 끝은 어떤가? 그리고 세상이 뒤바뀌더라도 폭력을 글로리, 즉 영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지난 4월 6일 자 <경상매일신문> 사설에서도 학교폭력 근절과 현실성 있는 제도와 대책에 관해 언급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학교폭력과 폭력행위를 보고도 외면하는 주변 친구들, 그로 인한 학교 공동체의 문제를 지적했다. 학교폭력에 대해 진지하고 날카로운 접근보다 진화에 바빠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학교행정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급기야 정부와 여당에서는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이를 대입 시험에 반영키로 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덧붙혀 무너진 교권을 살펴보고 새로운 교육개혁을 시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대한 모두의 의견이 모일 때, 비로소 끔찍한 학교폭력은 사라지게 된다.그리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고 교권의 강화 같은 교육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신문은 ‘모든 폭력에 대한 현실성 있는 제도와 대책 만이 그것을 예방할 수 있다.’라고 끝을 맺는다. 질풍노도의 청소년 시기, 지금 당신의 눈앞에 착하고 만만하게 보이는 왜소한 친구가 나중에 당신의 발목을 잡을 수가 있다. 그것도 가장 높게, 아름답게 빛날 순간에 당신의 몰락을 부를 것이다.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에 흘리게 될 연진이의 눈물처럼, 모두가 혐오하는 폭력을 가장 고귀한 단어 중 하나인 ‘글로리’라고 부른 작가의 반어법이 가슴을 섬뜩하고 현란하게 지나친다. “연진아. 내 꿈은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