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갰다 비가 오고 비 오다간 다시 개니,하늘의 이치가 이러하거늘 하물며 세상의 인정이랴나를 칭찬하던 이가 오히려 나를 헐뜯고공명을 피하던 이가 다시 명예를 구하려 하네꽃이 피고 지는 것을 봄이 어찌 상관할 수 있으랴구름 가고 오는 것을 산은 아니 다툰다네.세상 사람들아, 모름지기 내 말 잘 새겨들으시오즐겁고 기쁜 일을 평생 누리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乍 晴 還 雨 雨 還 晴 (사 청 환 우 우 환 청)天 道 猶 然 況 世 情 (천 도 유 연 황 세 정) 譽 我 便 應 還 毁 我 (예 아 편 응 환 훼 아)逃 名 却 自 爲 求 名 (도 명 각 자 위 구 명)花 開 花 謝 春 何 管 (화 개 화 사 춘 하 관)雲 去 雲 來 山 不 爭 (운 거 운 래 산 부 쟁)寄 語 世 人 須 記 認 ( 기 어 세 인 수 기 인)取 歡 無 處 得 平 生 (취 환 무 처 득 평 생)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매월당 김시습은 천재였다. 5세에 이미 <중용>과 <대학>을 익혔고 이계전의 문하에서 글을 배우던 중 정승 허조가 김시습에게 “내가 늙었으니 늙을 노 자를 넣어 시를 지어보거라.”고 하니 그 자리에서 김시습은: “늙은 나무에 꽃이 피었으니 마음은 늙지 않았네.(老木開花心不老)”라고 답했다. 그 후 신동으로 소문 난 김시습은 세종대왕이 계신 대궐에 불려가 박이창과 한시 짓기를 했다. 박이창은 “동자의 공부는 백학이 푸른 하늘 끝에서 춤추는 것 같도다.”라고 하니 5세 김시습이 “성주(聖主)의 덕은 황룡이 푸른 바다 가운데를 뒤집는 형국이로다”라고 답했다. 세종과 문무대관이 모두 감탄을 했다.‘시습’의 뜻은 바로 《논어》의 첫머리에 나오는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학이시습지 불역열호 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에서 따온 것으로, 재주만 믿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을 계속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이 시는 영달을 포기하고 방랑의 길에서 지은 시로 읽을수록 세상사를 꿰뚫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세상에서 변하지 않은 것이 없고 사람의 마음도 역시 변하는 것이라 기쁜 일과 좋은 일만 바라는 것은 어리석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흔히 세상은 한 때의 칭찬도, 언젠가는 상처 주는 매질이 될 수 있음을 매월당은 이미 터득한 것이다. ‘사청사우(乍晴乍雨)’를 지은 매월당 김시습을 그리워하며 생각에 젖는다.고요히 흐르는 강물처럼 침잠하는 시간이 많으면 좋겠다. 어느 강둑에 한 그루 키 큰 나무처럼 해오라비가 유유히 나는 강풍경만 바라볼 수 있었음 좋겠다. 즐기는 것이 평화였음 좋겠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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