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경에 위치한 <포트엔젤레스>는 작은 도시로, 인구가 2만여 명이 채 되지 않는 곳이다. 밤길에 나서도 위험한 줄 몰랐고, 사람보기가 참 드물었다. 저녁시간에 작은 비어홀에서 맥주와 간단한 저녁을 마치고 현지인들과 함께 포켓볼도 하며 친해졌다. 숙소의 환경도 매우 좋았다. 저렴한 가격에 마치 <버지니아주(州)의 힐튼호텔>처럼 큰 방에 깨끗한 모습이 무척 좋았다.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뭐라고 해도 이방인을 반기는 현지인들의 따스하고 관대한 미소와 친절이었다. 너무 고즈넉해서 이곳이 한국에 있는 강원도 산골의 작은 도시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만 번화가인 듯 보이는 국경검문소 주변의 작은 식당들의 네온만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밤에는 어떤 남자 분이 호텔 체크인을 도와주었는데, 아침에 체크아웃을 할 때는 초로의 착하고 친절하신 여자 분께서 결재를 도와주셨다. 단지 성경 앞부분을 읽다가 뒷부분이 궁금해서 한국에 돌아오면 읽으려고 물었는데 그것을 가져다주실 줄은 생각도 못했다. 뚱뚱한 몸으로 늦지 않게 저 멀리 태평양 건너 온 사람들을 위해 달려온 것을 생각하니 미안했다.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앞치마로 닦으며 연신 가져가길 원하는 그분을 보며 가난한 천사가 떠올랐다. 어쨌든 옆의 동료가 한국가면 안파는 것이 없다면서 왜 괜스레 물어 저 분을 뛰게 만들었냐며 놀려댔다. 황금 같은 시간을 30여 분이나 소비한 탓에 서둘러 차에 짐을 싣고 워싱턴 주를 떠나 <시애틀>로 향했다.우리가 새벽에 출발한 <포트엔젤레스>는 워싱턴주(州)의 <올림픽 국립공원>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울창한 열대우림과 특유의 태평양 연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미국 서북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시골길, 그렇지만 매우 잘 정비된 도로를 달리는 것은 하나의 큰 축복이었다. 이번 출장의 임무도 무사히 잘 마쳤으므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려고 시애틀에서 일정을 마무리하려 했다. 캐나다에서부터 군데군데에서 보이는 토템이 마치 우리나라 마을 입구에 서있는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의 장승처럼 친근함을 주었다. 그리고 미국 북서부의 풍경과 한적함, 그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달리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몇 시간을 달려도 계속되는 아름다운 시골길, 그렇지만 너무나 잘 정비가 된 도로를 보며 한 나라의 거대한 힘마저 느끼게 하였다. 아침도 걸렀기에 무척 배가 고파 들어간 간이식당도 여행객에게 친절했고, 함께 웃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 자체가 문화의 교류임을 느끼게 된다. 세월이 흘러도 미 북서부 <포트엔젤레레스>와 <실버데일>의 풍경은 아마도 그리워지리라. 차량이 <타코마>를 지나, 시애틀에 다가올수록 만나는 사람들이 날카롭기 시작했다. 시내 <스페이스니들>에 차를 주차해두고 식사를 하러간 시내 번화가, 관광지, <스타벅스>의 본 고장이던 카페. 그렇게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꿈꾸며 찾아간 곳들이 왜 인지 조금 전에 만났던 사람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유명 관광지여서인지 퉁명스러웠고, 눈으로 사람을 흘기며 쳐다보았다. 이곳은 더 이상 가벼운 조크도 통하지 않는 사무적인 곳처럼 느껴졌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줄 몇 가지 선물을 장만하고 <시애틀>을 떠나고자 했다. 북적대는 사람들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났으면 했지만, 그것은 나의 욕심이었다. 다들 바쁘게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용무만 급히 보는 대도시의 무관심과 건조함이 이곳에서도 나타났다. 요 며칠 느낀 미국의 아름다움이 희석되는 기분을 느끼며 <5번 지방도로>를 타고 캐나다로 귀환하려고 했다. <시애틀 매리너스> 야구장을 옆으로 끼고 마치 미래도시의 우주 스페이스를 달리는 듯 했다. 그만큼 번화하고 고가도로는 엄청났다.몇 바퀴를 돌았는지 몰랐다. <스페이스니들>을 지나 다시 <시애틀 매리너스> 야구장, 다시 <63빌딩> 같이 높게만 보였던 고가도로, 도시탈출을 못해 몇 바퀴나 헤매던 중 행인에게 길을 묻기로 했다. 그러자 그 분이 우리를 한참 쳐다보더니 차를 가지고와서 따라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차로 20여분을 달려 미국-캐나다 <5번국도> 입구로 안내해 주었다. 드디어 도시탈출을 하면서 우리가 사의를 표하자 그냥 좋은 하루되시라며 사라졌다. 한 시간 넘게 국도를 달리며 캐나다 입국 전, 마지막인 듯 꽤 큰 미국의 휴게소를 들렀다. 그곳에서의 점원은 물건이 있는 곳을 턱으로 가리키며 손님을 맞았다. 우리는 웃으며 ”아직, 대도시를 빠져나오지 못했나 보다.“저 멀리 캐나다 국경이 보이는 곳을 통과하며 이번 여행에서 만났던 몇 몇의 사람이 생각났다. <포트엔젤레스>의 국경심사관, <비어홀>에서 만난 순진한 주민들, 모텔 여급, 미북서부의 이름모를 식당과 손님, 시애틀에서 본인의 차로 안내한 시민, 그리고 <스타벅스> 매장 직원, <니들스페이스>, <모노레일>이 지나던 번화가 식당에서 본 사람들, 대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사람사는 냄새가 났고, 외모가 남루하며 선글라스에 멋을 내지 않았던 사람들이 더욱 더 친절함을 느낀 것은 나의 편견일까? 왠지 모르게 짝을 만들기가 억지스러울지 모르지만 <가난함과 천사>, <부자와 낙타>를 모두 경험한 여행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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