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9일 야간 경주시 감포항 동방 42km(23해리)에서 발생한 홍게잡이 어선 거룡호(9.77톤)가 전복된 사고의 경우 해경은 사고해역을 중심으로 해경 해군 공군 항공기, 3000톤급을 비롯한 함정 20여 척과 민간어선 20척 등 총 40척을 투입해 수색했지만 승선원 6명 중 1명만이 생존했다. 해경함정과 항공기가 사고발생 1시간 후 도착해서야 정확한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기에 두고두고 원거리 해상사고와 기상악화가 우리의 숙제였다.
포항해양경찰서 관할구역은 서해와 비교해 넓고 깊은 동해의 특성으로 인해(경상북도 면적의 1.8배) 신속한 사건 사고 대처를 위한 시간적 거리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공간경비 개념을 확립해야 한다.
공간경비, 익숙한 개념은 아니어서 기존의 관념을 깨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서장인 나부터도 구역을 정하고 함정 1척씩 책임구역을 경비토록 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안정되게 느껴진다. 그리고 누가 보더라도 함정을 치안상황에 따라 한 곳에만 집중배치 해 공백이 보이는 것보다 거리별 대응전략상 전자가 합리적인 경비방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는 해양환경과 국제정세는 기후변화에 따른 연안재해 증가와 대형화 되어가는 화물선과 다중이용선박, 점점 첨예화 되어가는 해양분쟁의 시대에 대응해야 하는 위기와 기회의 중요한 변곡점에 있다. 그 미래해양의 한 축에서 포항은 해양안전 및 안보상 중요한 위치에 있고 서장으로서 기존의 개념으로 바다라는 공간에서 각종 사건사고 처리 시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과거의 경고를 통해 절감하고 있다.이러한 환경과 해경만의 대응으로는 각종 상황이 간단치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 가지 원칙을 세웠고, 내가 생각하는 공간관리 개념을 동료들과 끝없는 소통을 통해 수정하고 보완해 최적의 경비방법을 실천해 가고 있다. 첫째로 우리의 역량을 냉철하게 분석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 하는 것, 기후변화로 인해 해양재난이 증가하고 대형화되어 우리 힘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역부족임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세력을 면밀히 알아보고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가용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것 둘째로 우리 스스로 준비를 철저히 하여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 지금 해양경찰은‘매일 매일이 훈련이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장도 다변화된 모든 훈련을 상황에 맞게 지휘하고 나면 스트레스로 뒷골이 뻐근한데 함정과 파출소 현장에서 뛰고 있는 동료들은 코에 단내가 날 정도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가정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셋째로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것. 현상에만 치우치지 말고 미래를 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해양이라는 특수성상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위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2011년 3월 일본 도호쿠 대지진으로 1만8천여 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주민 3천명 중 단 한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은 이와테 현의 고집쟁이 촌장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그는 과거 14m 규모의 쓰나미 이야기를 어른들로 부터 전해 듣고 15.5m의 수문을 만들자고 市 담당자를 끊임없이 설득, 완성을 하고 난 뒤 사망했다. 사망할 때까지 예산을 낭비한 촌장이라고 비난받았지만 사망 몇 년 뒤 정말로 예측한 쓰나미가 왔고 그 방파제로 목숨을 구한 사람들은 그 촌장을 고마워했다는 이야기이다.나는 30년을 보자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하고 아무리 하찮은 의견이라도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라면 끝까지 경청하고 토의, 실천한다. 그 한 예로 대형 화물선이 늘어나고 점점 다양해져 가는 레저 특성상 미래에 요구되는 3000톤급(현재 포항해양경찰서에는 1500톤급 1척과 1000톤급 함정이 2척이 있다) 함정 전용부두를 확보하여 확보 시 바로 운영될 수 있도록 대비하자고 해수청과 소통해 설계에 반영해 공사 중(2025년 완공목표)에 있다. 또 모든 파출소에 드론이 배치 될 것을 대비해 모든 경찰관이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목표를 설정 누구나 드론을 운영가능토록 대비하고 있으며 대형 재난 시 국가총력대응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유관기관의 세력까지 포함시켜 시나리오를 만들고 실제 해양사고 투입 시 활용 될 수 있도록 인명구조장비 지원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강조하고 싶다. 단순 함정 숫자에 맞춰 경비구역을 나누고 거리 대칭적으로 세력을 배치하는 것에서 벗어나 큐브처럼 입체적 공간관리 경비개념으로 사고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매월 분석 자료를 토대로 △때로는 상황별 샌드위치식 함정을 배치하고 △여름철 드론을 통해 연안을 순찰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연안구조정을 해수욕장에 즉시성 있게 배치하는 등 해안가 민간세력 포함 합동경비 계획 수립 △수중레저사고를 대비해 수중지도를 만들고 수중접근장비를 구비하는 것 △주변국가 해양 재난사고에 대비해 우리가 지원해 줄 가능성을 가정하고 외국어경채자의 대응능력을 갖춰 두는 것 등 이와 같이 네 가지 면을 다 보아야 한다. ‘하늘’과 ‘연안’, ‘수중’, ‘육상(지원)’ 위아래 좌우 공간을 생각해야 하며, 우리의 신속한 대응력과 유관기관 가용세력의 지원능력을 끼워 맞추는 유기적 개방형 경비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그러려면 매일매일 현황분석과 예측이라는 늘 살아 깨어 있고 주변의 정세에 민감해야 큐브(공간경비)는 만족하게 작동한다.
나는 직관을 믿지 않는다. 많은 지식을 습득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착각해 비현실적으로 예측한다는 테틀록(미국 심리학자) 연구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세상은 복잡하여 예측은 매우 위험하고 오류가 많다.오직 능력착각에 빠지지 않게 수많은 공식(다변화 된 매뉴얼)과 충분한 훈련을 통해 앞을 대비(입체경비와 공간관리도 한 일환)하는 습관이 우리에게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