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깊어길은 벌써 끊어졌는데차마 닫아걸지 못하고그대에게 열어 둔외진 마음의 문 한 쪽헛된 기약 하나까마득한 별빛처럼 걸어둔 채삼경 지나도록등불 끄지 못하고홀로 바람에 덜컹대고 있는저 스산한 마음의 문 한 쪽<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세상에는 많은 문(門)이 있다.집과 바깥 사이의 대문, 죄와 처벌 사이의 철창문, 이승과 저승 사이의 죽음의 문…등등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문이 있다.나와 너의 마음 사이의 문이 어쩌면 가장 열기 힘든 견고한 문일 것 같다. 열기가 어렵고 열려서 닫히면 영원히 안 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그 문을 지키는 문지기는 고도의 감정처리사일 것만 같다. 특히 누군가 자신을 설레이게 하는 대상이 생기면 스르르,. 닫아두었던 마음의 문까지 열어 둔다. 그 사람의 미세한 움직임에 온 감각의 촉수가 활발히 움직인다. 그리고 나름으로 짐작하고 해석하기 여념 없다. 문을 지키는 문지기들이 문을 마냥 열어두다가 어느 날 그 기약이 헛되었음을 알아차리게 될 때 문지기는 큰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닫지 않아도 될 문까지 꽁꽁 닫아버린다. 문을 닫아걸고는 숨어버린다. 문을 닫는 후 자기 안에서 감정들이 찌르고 할퀴고 물어뜯는다. 자신을 다치게 한다. 결국 자신을 병들게 한다. 그나마 ‘미련’이라는 여분의 꼬투리가 있을 때는 한 쪽 문은 못이기는 척 열어 둔다. 모든 것에의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시인의 그 언약이 까마득한 별빛처럼 아득하다 해도 삼경이 지나도록 마음의 문을 닫을 수 없다. 기다리고 있는 마음 한 켠을 비워둔다.사람에게 ‘미련’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인지도 모른다.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누군가를 향한 마음의 한 쪽 문을 열어 두었다면 그대여, 그대는 사랑이 있는 사람이다. 아직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는 것이므로. 희망적이다.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