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여행의 진정한 목적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떠나가 위해서다”라고 했다. 매주 만나서 산행을 즐기는 선후배와 함께 남쪽에서 불어오는 훈풍에 봄꽃이 앞다투어 피어나는 화사한 삼월의 끝자락, 바쁜 일상을 잠시 벗어나 2박 3일간 울릉도로 떠났다. 성인봉과 깃대봉 등산과 내수전 둘레길을 걸으며 머리도 식히고, 건강도 지키면서 힐링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최근 포항 영일만항과 울진 후포항에서 왕복하는 대형크루즈가 매일 운항하면서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과 등산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첫날(2023년 3월 31일)이른 아침, 일행 3명은 울진후포항에서 8시 15분에 출발해 오후 1시에 사동항 도착 예정인 대아 썬플라워크루즈를 타기 위해 오전 6시에 만나 자동차의 속도를 높였다. 후포항에 도착하니 20여 분 정도 시간의 여유가 있다. 선배가 혹시 배멀미를 할 수 있으니 아침을 먹고가자고 해서 식당을 찾아보니 고약골밥집이라는 상호가 눈에 들어온다. 김치찌개를 시켜 먹고 후포항선박터미널에 가니 승선이 시작되었다. 예약된 504호실에 배낭과 가방을 내려놓고 갑판에서 주변을 둘러보면서 후포항을 배경으로 개인 사진과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데 크루즈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바람 한 점 없이 따뜻한 봄날, 파도는 숨쉬듯 조용하다. 도착지까지 이동하는 동안 지루할 것 같아서 편의점에 들러 커피와 과자를 샀다. 바다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에메랄드빛 동해를 헤치며 곧장 나아가는 크루즈, 잔잔한 은빛물결의 파도, 가끔씩 토해내는 기관소리, 창안에 스며드는 따가운 햇살, 약간씩 흔들리는 배의 흔들림, 이런 기분이라면 지구 끝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TV를 보다가 소파에 기대어 꼬박꼬박 졸다가 선창을 내다보니 시간이 정지된 듯 세상이 편안하다. 시간을 보니 12시 30분이다. 갑판에 나가니 울릉도가 멀리서 흐릿하게 보인다.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시야에 모습이 뚜렷하게 다가온다. 하선을 하니 울릉도에 사는 후배가 마중을 나와 있다. 시간은 오후 1시, 후배의 차에 배낭과 가방을 싣고 점심을 먹기 위해 사동항 숙소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향한다. 울릉호랑약소플라자에서 소고기가 든 된장찌개를 시켜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니 1시 40분이다.
예약한 숙소, 대아울릉리조트에 도착해 가방을 내려두고, 배낭을 꾸려 2시 30분, 성인봉 산행을 시작했다. 후배의 얘기로는 오늘 산행할 인평전에서 성인봉까지 코스는 비경이 빼어나고 특히 가을단풍이 아름다워 이용하는 등산객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울릉도 후배는 차량으로 안평전 등산로 입구까지 태워주고는 하산장소인 KBS울릉중계소 주차장에서 5시 30분에 만나기로 하고 돌아갔다. 잘 정비된 산길을 따라 오르다보니 산비탈 곳곳에 명이나물들이 흩어져 있다. 나무간판으로 ‘울릉도 산천초목’이라고 써놓은 집에는 명이나물, 부지깽이, 고비, 더덕 모종 및 묘목을 분양한다는 문구도 보인다. 울릉도의 최고봉인 성인봉은 국내 100대 명산으로 꼽힌다. 산 모양이 성스러운 사람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성인봉은 지난해 1월말 선후배와 같이 오른 적이 있다. 산행을 마치고 ‘설국울릉, 성인봉에 빠지다’라는 산행기도 썼다. 성인봉은 1년에 300일 이상 안개에 잠겨 신비감을 더해줘 한해 10만 명 이상이 찾는다고 한다. 맑은 날, 성인봉 정상에 서면 산죽과 마가목 사이로 짙푸른 동해가 넘실거리고 독도가 잘 보인다.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성인봉을 오르는 안평전 등산길은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후 잦은 낙석과 사면 붕괴 등의 이유로 울릉군이 한동안 등산로를 통제했다.안평전 등산로는 연중 크고 작은 산악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낙석과 깨진 자갈로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인봉 지형 답사 중 실종, 순직한 고 조영찬 울릉경비대장도 안평전 등산로에서 변을 당했다. 최근 개통한 등산로는 사업비 4억원을 들여 안평전 주차장에서 관모봉 동쪽 7~8부 능선을 지나도록 했다. 낙석피해로 통제된 기존 노선의 반대쪽 사면으로 길을 내 안전이 확보됐다.일부 급경사 구간에는 목재데크(2개소, 총 55m), 야자매트(130m), 목계단을 시공했다. 노선 중간에 등산객이 쉬어가는 벤치와 방향안내를 위한 이정표도 설치되어 있다. 이정표를 따라 쉬지않고 오르면서 전망이 좋은 곳과 갈림길 안내판 앞에서 사진을 남긴다. 바람등대와 성인봉 방면으로 올랐다가 내려가는 등산객들도 간혹 눈에 띈다. 연분홍 산벚과 나무밑동에 끼인 이끼와 고사리 같은 양치식물들을 보면서 한 발씩 오르다보니 성인봉 정상(986m)에 다다랗다. 처음 와본 후배는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개별 인증샷과 함께 추억의 단체 사진도 남긴다. 정상에 앉아 주변을 조망해보니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고, 주변 산세와 함께 뾰족하게 솟은 해안의 섬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일행은 하산을 서두른다. 선배의 지인과 저녁 6시. 저녁을 같이 하기로 약속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하산길은 출발지인 안평전 주차장이 아닌 성인봉에서 조금 내려가다가 KBS울릉중계소 방향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지난해 눈밭으로 선배와 올랐던 코스로 내려가니 지난해 겨울 산행의 추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계곡에는 아직도 눈이 녹지않고 그대로 쌓여 있다. 가파른 하산길에 쓰러진 나무들을 모두 치우면서 내려오니 후배가 미리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먼지털이로 등산복과 등산화를 깨끗이 털고 차로 숙소에 도착해 씻고 나니 기분이 상쾌했다.일행은 선배의 지인과 약속한 울릉읍 식당에 가서 회를 먹고 매운탕에 소주까지 한 잔 곁들이니 피로가 성인봉에 쌓인 눈이 녹듯이 사라졌다. 저녁을 먹고 울릉 사동리에서 가장 고지대에 자리잡은, 야간조명이 아름다운 레온카페에 들러 사동항과 울릉바다의 야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내일 아침에 먹을 빵과 음료수를 사서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9시다. 카톡으로 사진을 주고받으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두 꿈나라로 향했다. 내일은 관음도에 올라 섬을 한바퀴 걷고, 나리분지, 깃대봉, 석봉전망대, 울릉천국을 둘러보는 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