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권호경기자]여야에 대한 국민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무당층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여야 정당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무당층이 새로운 정치를 바라며 제3지대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 진영간 갈등에 지친 사람들은 늘었지만 이들을 담을 대표 인물 부재로 제3지대가 생기긴 힘들 거라고 분석했다. 3일 종합결과,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무당층의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조사해 3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각각 33%로 같이 나왔다. 어떤 정당도 선호하지 않는 무당층은 29%로 오차범위 안에서 양당을 따라잡는 수치로 나왔다. 정치성향상 중도층이라고 대답한 사람들을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각 27%, 29%로 나왔지만 무당층은 39%로 나왔다. 지난해 3·9대선 당시 중도층의 무당층 비율은 24%였던 점을 비교해볼 때 급격하게 증가한 수치다.리얼미터가 올해 1월 2주차 정당별 지지도를 조사했을 때 무당층이라 대답한 사람의 비중은 9.3%였다. 3월5주차 조사에서는 11.0%로 두자릿수를 기록했다.전문가들은 무당층의 증가 배경으로 각 정당의 실책과 각 당내 극성지지층을 꼽았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결국은 대통령,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 못하니까 나오는 현상"이라며 "어느 시대나 정당이 못하면 중도가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무당층을 잡아야 내년 4·10 총선에서 승리의 깃발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한국에서의 선거는 보수, 중간층, 진보의 3 : 4 : 3의 판에서 중도층의 마음을 누가 더 얻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며 “(보수 지지층에 구애하는) 윤석열 정부는 지금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31일 "적대적 대결 정치의 극단으로 달려가는 진영 사이에서 무당파로 불리는 전에 없이 드넓은 바다가 우리가 들어야 할 최우선의 민심"이라고 강조했다.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제3지대를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금태섭 전 의원은 오는 18일 국회에서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준비모임` 첫 토론회를 개최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좌장을 맡고 금 전 의원과 이상민 민주당 의원 등이 발제자로 나선다.이번 모임이 양당 내 비주류 세력을 주축으로 제3지대의 구심점으로 떠오를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선거제 개편 논의 중인 국회에서 단순 소선구제에 중대선거구제 요소가 넣을 경우 제3지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하지만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1년 앞두고 제3지대의 정치 세력화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제3지대 돌풍을 일으킨 김종필(JP)전 국무총리, 안철수 의원 같은 인물의 부재와 과거 제3당의 실패 사례 때문이다. 자민련(자유민주연합)은 1995년 창당 당시 JP를 중심으로 한 충청의 맹주로 자리매김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자민련은 충청권 28석 가운데 24석을 석권하는 등 총 50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DJP연합과 붕괴과정을 겪다 구심점이었던 JP의 정계은퇴로 소멸했다.국민의당은 새 정치를 표방한 안철수와 호남계 의원들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해 세운 당으로 2016년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어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후 의원들의 집단 탈당과 바른정당과의 합당 등의 과정을 거치며 사실상 소멸됐다. 조진만 교수는 "과거 안철수는 백신으로 쌓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중도층들에 열풍을 일으켰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인물이 없다. 이준석이 거론되지만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중도층이 많은 것과 중도층이 세력화되는건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제3지대라는건 결국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공격을 받기 마련인데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각각 영남과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두고 있는 양당제에선 지역기반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총선을 앞두고 쉽게 탈당하거나 제3지대를 만들기 위해 움직일 의원들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중도층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고 선거 막판에 결정을 한다"며 "지금부터 각 당이 이미지를 좋게 쌓아야 자기네쪽으로 끌어올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전광훈 이야기에 개딸 이렇게 돼가지고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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