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 이상의 사망·실종에 직접 피해만 약 16조9천억엔(약 193조 원)에 달한 동일본대지진이 11일로 만 2년을 맞는다. 일본에서는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고 있다. 지진은 이미 과거형이라지만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 중 하나로 남을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사랑하는 가족, 집, 일자리를 잃은 피해지역 주민들의 고통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그러나 복구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경제는 회생 기미를 보이고 있고, 일본인들은 단결하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을 지나는 동안 무기력증이 확산된 일본인들에게 역설적이게도 최악의 자연재해가 각성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보통국가로 나아가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질주를 견제하는 세력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다. ◇피해지역 청년인구 `썰물` = 대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이와테(岩手), 미야기(宮城), 후쿠시마(福島) 등 3개 현에는 젊은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세 현의 42개 시·정·촌(市町村) 가운데 40개 지역에서 인구의 약 5%인 7만 2천여 명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30대 이하가 약 65%인 4만 7천여 명이다. 후쿠시마 현은 현 내 15개 시·정·촌에 살다 대지진 이후 외지로 떠난 약 2만 5천 명 가운데 30대 이하가 82%를 차지한다. 또 마이니치신문이 최근 후쿠시마현과 미야기·이와테현에서 다른 지역으로 피난한 주민 118명에게 주민등록상 주소를 옮길 계획이냐고 물은 결과 22%는 "이미 옮겼다"고 답변했고, 58%는 "고민 중"이라고 대답했다. 인력 유출이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예상케 하는 결과다. 이런 추세라면 2011년 10월 198만 9천 명이던 후쿠시마현 인구가 2040년에는 122만 5천 명으로 최대 38% 감소하고, 65세 이상 노인 비중은 25%에서 39%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후쿠시마 원전은 불확실성 그 자체 = 사고 9개월 만인 2011년 12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총리는 "(사고 원전의) 원자로가 섭씨 100도 미만의 냉온정지 상태에 도달해 사고 그 자체가 수습됐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선언했지만 그로부터 1년 2개월이 지난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도저히 수습됐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사고가 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새어나오는 상황을 반영한 언급이다. 원자로 내부를 냉온 정지 상태로 만들면서 핵연료봉 용해에 따른 방사성 물질 대량 유출은 막고 있지만 무너져내린 건물 더미에 묻은 방사성 물질이 끊임없이 대기 중에 퍼지고 있다. 완전히 원전을 폐쇄하기까지는 30∼40년이 것이라는 게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전망이다. 연료봉이 녹아내린 1∼3호기는 방사선량이 높아 현재 로봇, 무인 크레인 등으로 건물 더미를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3호기의 연료봉을 식히려고 부은 물과 지하수가 섞이면서 오염수는 하루 평균 400t씩 배출되고 있다. 수년 안에 저장시설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도쿄전력은 `다핵종 제거설비`로 오염물질을 상당 부분 제거한 뒤 바다로 방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지만 현지 어민 등의 반대가 심하다. 수치로 확인되는 방사능 공포는 후쿠시마의 고통이 이제 시작단계라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5일 후쿠시마현은 미나미소마(南相馬)시에서 잡은 멧돼지 고기에서 일본 정부의 식품 기준치(㎏당 100 베크렐)의 560배에 해당하는 ㎏당 5만6천 베크렐(㏃)의 세슘을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항만 안에서 잡은 쥐노래미에서 어류로는 최대치인 ㎏당 51만 베크렐(㏃)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준치의 5천 배를 넘는 수치다. ◇바닥치고 회생 기미 보이는 경제 =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인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에 동일본 대지진이 겹치면서 휘청거린 일본 경제는 부흥사업 수요에다 아직 검증됐다고 할 수 없는 `아베노믹스(과감한 양적 완화와 경기부양을 골자로 하는 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심리가 더해지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 가치는 작년 말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더니 10일 현재 달러당 96엔대까지 진입, 달러당 100엔대 진입을 가시권에 뒀다. 자동차 업체를 필두로 한 일본의 수출기업들은 엔저 효과에 연일 휘파람을 불고 있다.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지난 8일 12,200포인트대에 진입하며 리먼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단결하는 일본인…아베 정권 `질주` = 대지진이 최악의 피해를 안겼지만 일본인들은 슬픔을 공유하며 단결하는 모습이다. 일본 방송과 신문은 지난달부터 대지진 관련 특집 보도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주요 신문 1면과 사회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피해지역 학교들의 `눈물의 졸업식` 등 미담 기사다. 대지진 때 쓰나미를 견뎌낸 이와테(岩手)현 `기적의 소나무`의 복원 작업은 거의 실시간 중계 형식으로 보도되고 있다. NHK는 대지진 피해자들을 응원하는 애잔한 곡조의 노래 `꽃은 핀다(하나와 사쿠)`를 수시로 방영하고 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연패에 도전하는 일본 야구 대표팀 소식은 선수단 구성 단계에서부터 줄곧 스포츠 부문 톱뉴스 급으로 보도하고 있다. 헌법 개정을 통해 2차대전 전범국의 멍에를 떨치려는 아베 정권은 70% 대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달리며 헌법 개정, 원전 폐기 공약 철폐, 과감한 양적 완화 등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정책을 과감하게 펴고 있지만 반대 의견은 언론에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일본에 14년째 체류중인 이정희 교토소세대(京都創成大)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인들이 단결하는 경향이 피부에 와 닿는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 우익 세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 힘을 받고 있는 반면 비판 세력들의 목소리는 잦아드는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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