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문을 나서는데 앞서가던 아낙네 뒤돌아합장하고 경배하기에내가 부처인 줄 알았노라뒤돌아보니 불광산 대나무 숲흐드러진 벚꽃과 그 친구들모두 밝은 웃음 보내기에내가 눈 맞춰 주었노라<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장안사는 꼭 한 번쯤 가 볼만한 절이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불광산 장안사는 문무왕13년 되던 해 원효에 의해 창건되었는데 임진왜란 때 불탔다가 1658년 효종9년에 완성된 절이다. 매우 오래된 목조 건축물로서 아름다운 겹처마에 팔작지붕의 다포 양식이며 창호는 격자실과 교실로 창살 기법을 썼으며 격자 실 마다 원형의 꽃 살을 넣어 무척 인상적이다. 주변 풍광은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 반딧불이 서식지도 있어 맑고 아름답다. 착각은 자유다. 착각에 의한 스스로의 상승은 자신을 으쓱하게 한다. 순간이긴 하지만 기분이 좋다. 그런 기분 좋은 시간이 잠시 지나고 현실과 직면하게 되면 이젠 머쓱해진다. 시인이 장안사 절문을 나가려고 하는데 아낙네가 합장을 하고 절을 했나보다. 시인은 본인에게 하는 줄 알고 우쭐해지며 “혹시 나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그 경배를 받았겠다. 그런데 웬일! 시인이 절문을 지나쳐 왔음에도 아낙네는 계속 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시인에게 향한 절이 아닌 것이 확실해진 것을 안 후 잠시 뒤돌아보니 대나무 숲이 있었던 것이었다. 불광산 대나무 숲이 영험했음일까. 아마도 영험했을 것이다. 시인도 다시 불광산 대나무 숲에 아낙네처럼 저절로 합장하게 된다. 장안사 주변의 모든 것은 부처의 눈길이 골고루 스며있는 듯하다. 필자도 그 곳의 대나무 숲을 거닐고 그 상서로운 기운을 느껴 본 적이 있기에 안다.시인이 장안사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그 주변에 흐드러진 벚꽃도 있음을 발견한다. 시인의 따뜻한 눈길이 자비로운 부처를 닮아버린 듯 그 꽃들에게도 합장하고 웃음도 보내주니 그네들도 화답했을 터. 장안사에 가면 누구나 부처의 가르침을 이어갈 보살이 될 수 있을 것만 같다.<수필가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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