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측백나무는 책꽂이 형식그 앞에 서면 마치 서재 같다는 생각,제목만 보여주는 가지런한 책들처럼줄기에 수직으로 꽂힌 납작한 이파리들 모두 측면이다손을 밀어 넣기 좋은 딱 그만한틈과 틈, 시집 한 권 몰래 빼낸 자리 같다천지天地를 짓던 셋째 날섬세한 잎맥도 그리고 잎새 둘레 톱날무늬도 새기느라하나님은 돋보기까지 찾아 쓰셨다돌려나기 뭉쳐나기 어긋나기 마주나기, 잎차례도 정해조각조각 그늘까지 붙여 태어난 나무들천 가지 만 가지 달라야하니 얼마나 머리가 아프셨을까잠시 무릎을 펴고 둘러보니 사방천지가로가로가로가로가로……문득 생각을 뒤집고 측백나무를 설득했을 것이다책 한 권 없는 부자보다 책이 넘치는 가난한 시인을 사랑한다고황금이란 호를 덤으로 얹어하나님은 그때 각별한 시 한 편을 측백나무에 꽂아두셨다그리고 나는 그 시를 필사중이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이 세상의 흐름에 대해서 명상에 잠길 때가 있다.오묘한 일들이 아찔한 정도로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으며 일어날 것임을 예측케 한다.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나무들… 풀들…바람…계곡물…강물…바다…그리고 하늘…세상을 아우르고 있는 생명체나 생명이 없는 것들이라도 참으로 조화롭게 움직여지고 맺음을 한다. 신비롭다. 시인도 ‘황금측백나무’에서 측백나무가 서 있는 깊은 뜻을 발견한다. 서재를 발견하고 서재에 꽂혀있는 책을 발견한다. 그 곳에서 ‘각별한 시 한 편’이 꽂혀 있음을 발견한다. 시인의 혜안일 것이다.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발견할 수 있는 그 사람만의 시선이고 그 시선의 각도가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가 사유(思惟)의 품새일 것이다. 신앙의 중심점을 찾아내서 귀중한 언어를 필사하고 있는 시인에게서 찬미가 흐른다.’ 그 시가 바로 ‘측백나무 서재’다. “책 한 권 없는 부자보다 책이 넘치는 가난한 시인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측백나무 잎은 4장씩 십자(十字) 형태로 달려있어 경건한 의미를 새기게 한다. 측백나무 향이 은은히 풍기는 날, 고개 숙이고 높은 곳에 두 손을 모아 본다.<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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