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방에 불을 켰다가구며 벽지 색깔, 시계의 시침까지 갑자기 나타났다백 와트 전등이었더라면그 불빛은 맞은 편 아파트에 사는 마음에게까지혹은 야간비행을 하는 헬리콥터 조종사의 우연한 눈에까지닿았으리라내 목숨이 누구인가 스위치를 켠 전등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내 목숨은 밝게 빛나는 백만 와트 전등이고자 했다몇 억 광년 저편의 은하도 볼 수 있도록내 사랑의 생각들이 아주 먼 시간 후에라도 도착하도록어떤 답신과 메일들이 내 운명에 도착했는지 확인할 시간도 없이맞은편 아파트 방에서 불이 꺼졌다죽음처럼 고요한구름이 와서 별이 없는 밤 같은 관계의 침묵빛으로서 말씀을 주고받았던 악기들의 대화가 그친 공연장은갑자기 관객이 없는 겨울바다가 되었다긴 밤이 되고 긴 어둠이 되리라나비 떼 같은 기억과 환상만 밀물과 썰물처럼 분주하리라내 목숨은 감시카메라 탐조등처럼 아파트 숲을 쳐다보고 있으리라칠흑 같은 마야의 바다에서새벽 햇빛이 산봉우리를 전등처럼 발화시킬 때까지<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내 목숨이 누구인가 스위치를 켠 전등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 목숨은 밝게 빛나는 백만 와트 전등이고자 했다’ 라는 언어가 강렬했다.어둠에 덮여 사물의 분간이 어려울 때 아주 작은 불빛이 비춘다면 그 불빛은 창공을 뚫을 만큼 선명하다. 그 불씨 하나가 비추인 시공간의 위력, 아주 먼 곳에서도 그 불빛이 보여진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런데 ‘백만 와트의 전등’이면 어떠할까. ‘몇 억 광년 저편의 은하도 볼 수 있도록’ 밝기도 하지만 사라지려던 생명마저도 다시 일으켜 세울 것 같은 힘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그 도움을 나눠 가지고 싶은 소망의 ‘백만 와트’란 숫자에서 가늠도 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진다. 그 마음의 크기를 측정케 한다.아파트가 늘어선 도회지에서 모두 불이 꺼지고 딱 하나 남은 어느 층의 방, 전등이 꺼졌을 때 순간 ‘칠흑 같은 마야의 바다’에 떠 있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갑자기 관객이 없는‘ 공연장을 연상하게 된다. 세상을 비추는 ’전등‘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마음의 불빛으로 변환되었음을 느끼게 하는 시 한 편. 나도 누군가의 전등으로 빛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한 움큼…<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