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갈대숲에서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가끔은 하느님도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외로움 때문이다산 그림자도 외로워서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인간에게는 근원적인 외로움이 있다. 어차피 혼자라는 개체적 홀로서기다.그래서 시인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라고 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슬픔이 있어 남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흘려 본 사람에게는 왠지 모를 깊이가 느껴진다.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그 사람만의 향기를 맡게 된다. 나만의 후각이라고 해야 할까?호감을 가지고 있던 어떤 사람에게 스쳐 지나가듯이 질문한 적이 있었다. “외로울 때가 있어요?” 라고. 그러자 그 사람이“왜 외로워요?”라고 반문했다. 자신은 단 한 번도 외로워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그 사람과 나 사이에 흐르던 강물이 막혀 버린 듯 했다. 그 사람이 아주 멀어 보였고 낯설어 보였으며 메말라 보였다. 모처럼 만났을 때라도 그 사람에게는 사무적인 말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어져버렸다. 외롭다는 표현을 남발하는 것도 가벼워 보이지만 그래도, 전혀 외로운 적이 없다는 사람보다는 인간적인 근본은 잊지 않고 있어 보인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라고 말하는 시인은 산 그림자나 종소리에서도 외로움의 근거를 찾아 낼 만큼 섬세한 마음바탕을 지니고 있다. 참 정이 많은 분이다.(수필가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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