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진달래가 활짝 핀 꽃길을 따라 운문산 상운암에 다녀왔다. 맑은 날씨와 함께 서로 다투듯 피는 봄꽃,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들이 연출하는 자연의 신비를 만끽하면서 아름다운 봄날 두 발로 자유롭게 걸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늘 산에 같이 다니는 선배와 게스트로 참가한 선배와 함께 포항을 출발해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 하얀카페 산내랑에 들렀다. 커피와 빵 한조각을 먹고 나니 아침 요기가 되었다. 카페서 나와 석골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40분이다. 주차장 옆 석골폭포에는 계곡의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여름이 되면 더위를 피하려는 피서객들로 가득한 곳이다. 등산지로 유명한 운문산은 경남 밀양과 양산 그리고 경북의 경주, 청도, 울산시 5개시군에 걸쳐 있다. 비구니 사찰인 운문사에서는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입산이 금지되어 있어서 산행을 할 수 없다. 거의 모든 등산객들은 밀양시 산내면 상양마을회관이나 석골사를 들머리로 산행을 한다.
석골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 말사로서 밀양시 산내면 원서리 운문산 자락에 있는 사찰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진흥왕 12년(560년) 비허(備虛)법사가 짓고 보양(寶壤)법사가 중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재 경남 지정문화재 제44호 전통사찰로 지정되어 있다. 삼국사기 기록에 따르면 보양은 고려의 건국을 도와주기 위해 태조 왕건에게 산전 격퇴의 작전을 일러준 명승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임진왜란 시 관군과 의병이 함께 주둔하여 왜병과 싸웠고 인근의 백성들이 집결하여 피난한 곳이었다는 기록이 ‘밀주구지(密州舊誌)’ 등에 보이고 있다는 것은 이곳 석골의 요새적인 산새와 아울러 이 절의 유서를 더해 준다. 한때 석굴사(石窟寺) 또는 노전사(老澱寺)라고도 불렀다.1592년(조선 선조 25) 임진왜란 때 의병들이활약하던 곳이었으며, 1753년(영조 11) 임진왜란 때 소실된 일부를 함화(含花)가 중창한 뒤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오다가 1950년에 불에 탔고, 1980년대에 복원하여 오늘에 이른다. 건물로는 극락전과 칠성각, 산신각, 요사체 2동이 있고, 유물로는 석조 아미타삼존불과 절구·석탑 재료 등이 전한다. 이 중 석조 아미타삼존불은 극락전에 있으며, 석탑 재료는 기단과 보주 등만 발굴되었다. 특히 석골사는 아미타삼존불의 원력으로 중생의 깨달음과 소원성취의 기도처이며 극락왕생 발원의 귀의처이다. 지난 1월 설 연휴 주말에는 삼양리에서 운문산(雲門山)에 올랐다가 원점 회귀를 했다. 11시 50분, 드디어 일행은 산행을 시작한다. 코스는 석골사(石骨寺)에서 상운암 계곡을 따라 걷다가 정구지바위를 지나 상운암에서 점심을 먹고 능선삼거리, 운문산 정상에 올라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능선삼거리로 돌아와서 딱밭재에서 편한 길을 따라 석골사로 원점회귀하기로 했다. 너른 길을 따라 100m정도 걷다보니 등산안내도가 나온다. 안내도 갈림길에서 운문산(4.3Km), 상운암(3.6Km)으로 직진을 한다. 왼쪽은 억산 방향이다. ‘상운암 가는 길’ 리본과 바위에 표시된 노란화살표, 상운암 팻말을 따라 계속 걷는다. 안전 난간과 로프가 설치된 길을 오르니 계곡 건너 치마바위가 보인다.
운문산 등산로는 유순하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산행길은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섞여 있으며 가파른 오르막은 많이 없는 편이다. 계곡을 따라 정겨운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발걸음에 운치가 느껴지고, 산길에 활짝 핀 진달래는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완만한 산길을 조금 더 걸으니, 왼쪽은 딱밭재 방향, 딱밭골과 상운암 계곡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계곡을 건너 산길을 계속 오른다. 둥그스럼한 정구지바위 앞 갈림길에서 운문산(2.5Km), 상운암(1.7Km)방향으로 곧장 걷는다. 정구지바위는 옛날에 마고할멈이 정구지를 앞치마에 담고 가다가 흘린데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이제부터 상운암까지는 외길이다. 외길을 따라 꾸준히 오르는데 선배는 힘이 많이 든다며 자주 걸음을 멈춘다. 나도 따라 보조를 맞추면서 걷다가 쉬기를 반복한다. 쉬다 걷기를 반복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데크계단이 나오고, 한참을 더 걷다보니 상운암에 도착했다. 상운암 입구에는 시원한 감로수가 졸졸 흘러나온다. 땀흘리며 힘들게 올라온 보상으로 감로수 한 잔을 벌컥벌컥 마시고 나니 순식간에 힘이 불쑥 솟는다.
그동안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소박한 법당인 관음전(觀音殿)과 구름위에 있는 암자, 상운암(上雲庵)에는 노스님 한 분이 기거하고 계신다. 100여 평 정도 될까, 넓고 확트인 평지에 천막(루핑)으로 지은 암자, 상운암 앞뜰에는 자연 그대로의 나무토막을 이용해 지은 식탁(원두막)은 단순하면서도 아름답다. 소박한 식탁에는 이미 먼저 올라온 일행들이 점심공양을 들고 있었다. 선배 둘과 구름위의 세계, 신선이 사는 곳, 상운암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속세를 내려다보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어 상운암 마당 끝자락, 확트인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펴고 늦은 점심을 먹는다. 시간을 보니 오후 2시 30분이다. 선배가 준비해온 점심을 보니 그냥 밥상이 아니다. 불고기, 갈비, 생선구이, 전, 나물, 국, 야채삼, 보온밥 등등. 산 위에서 이런 진수성찬을 맛보다니, 고마움에다 꿀맛이 더해진 최고의 식사다. 하지만 소박한 암자에서 너무 과한 공양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식사 후 준비해온 아메리카노 커피까지 마시니 말 그대로 세상 부러울게 없고 구름 위에 노니는 듯하다. 상운암에서 바라본 조망과 건너 산에서 펼쳐지는 파노라마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힘들게 올랐던 순간들이 모두 행복하게 느껴진다. 산에서 이렇게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은 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일 것이라는 착각도 해본다.미국 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은 “나이 드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숨은 좀 가빠지지만, 경관은 훨씬 더 좋아진다.”고 했다. 상운암 뜰에서 1시간 넘게 휴식을 취하면서 각자 마음껏 산을 즐긴다. 산을 즐기는데는 산을 잘오르고 못오르고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쉬었던 자리를 정리하고 관음전에 들렀다가 노스님과 작별인사를 하니, 스님은 “이곳 상운암은 신라 화랑들이 와서 호연지기를 키우며 기(氣)를 받던 곳”이라며 기를 많이 받아가라고 한다.
일행은 천천히 운문산(일명 虎踞山) 정상을 향한다. 약 800여m 정도 오르면 능선에 도착한다. 능선에서 우측으로 300m 더 오르니 1188m 정상이다. 정상에서 개인 인증샷과 함께 단체기념 인생샷을 누른다. 정상에 잠시 앉아 사방을 조망하며 과일 한 조각을 나눠 먹는다. 가지산, 천황산, 신불산, 간월산이 시야에 모두 들어온다.일행은 운문산에서 다시 능선삼거리로 내려와 딱밭재 방면으로 걸음을 옮긴다. 산능선을 따라 부지런히 1.8Km를 걸어 딱밭재에 다다랗다. 안내표지판을 보니 딱밭재에서 석골사까지 2.6Km가 남았다. 팻말을 보니 편안한 길 방향 표시가 나온다. 낙엽이 쌓인 길을 따라 편안한 발걸음으로 한참을 걸어서 하산을 하니 출발지인 석골사다. 석골사 입구에 마련된 등산용 청소도구로 서로 먼지를 털어주며 산에서 보낸 시간을 짚어보니 7시간이 소요되었다. 계곡을 따라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지 않은 산행이었지만 즐길 것 다 즐기고, 누릴 것 다 누린 행복한 산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차에 올라 울주군 간월산온천에 들러 피로를 풀고, 누렁소 식당에서 언양불고기를 저녁으로 먹는다. 무사히 산행을 마친 산벗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귀가하니 늦은 밤이다. 산은 가족과 같이 편하다. 내가 머무는 자리에서 늘 바라볼 수 있는 편안함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갈수록 산이 아름다워지는 계절이다. 산벗들과 매주 산을 오르는 즐거움을 오래오래 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