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최영열기자]정부가 정부합수단까지 출범시키며 보이스피싱 범죄를 근절하겠다고 나섰지만, 합수단의 범위와 인원 구성이 수도권 중심인데다가 범인 검거의 어려움과 처벌 수위의 낮음 등의 요인으로 경북 도내에서의 피해 발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현직 검사를 사칭한 범죄임에도 검경수사권 조정 탓에 검찰은 경찰의 수사를 지켜봐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최근 지역의 한 대학생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현직 부장검사를 사칭하는 보이스피싱범에 속아 휴대전화 소액결재를 통한 온라인 상품권 구매 사기 피해를 입었다. 피해 학생은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면서도 과거 온라인상 중고물품 구매 건과 관련된 사건인가 우려해, 통화를 이어가던 중 “더 큰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사기범의 다그치는 말에 속아 온라인 결재대행사가 보내온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휴대전화 화면을 캡처해 전송해 줬다고 한다. 결국, 피해 학생은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통해 70만원에 이르는 온라인 상품권을 본인이 구매한 것이 됐고, 사기범은 핀번호를 활용해 온라인상에서 곧바로 상품권을 현금화해 빼간 것이다. 어렵게 대학생활을 이어가고 있던 학생에게 있어 이번 사건은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물론 더욱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보이스피싱은 피해자를 기망(欺罔)해 재산을 가로채는 범죄로 피해자에게 끼치는 재정적 어려움은 물론 어리석게 속은 것에 대한 자괴감과 분노, 무력감 등 심리적 상처 또한 적지 않다. 게다가 긴 수사 기간을 거친다고 할지라도 피해 금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피해자로서는 여간 큰 상처가 아닐 수 없다. 경찰의 경우도 ‘대포폰’과 ‘대포통장’ 근절이 이뤄져야 범행 추적이 가능한데 불법적 유통이 계속 이뤄지고 있어 처벌까지 이뤄지기 쉽지 않다고 한다. 특히 온라인상품권의 경우, 사용자는 쉽게 찾을 수 있으나, 중간 유통 과정상의 전송받은 자와 구매자 등이 대포폰을 통해 거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점조직으로 활동하는 사기범은 검거되지 않은 채 전국을 돌며 또 다른 사기행각을 계속하고 있고, 설사 체포되더라도 낮은 형량을 받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의 경우이지만 국민을 더욱 황당하고 경악케하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보이스피싱을 인지한 시민들이 야단을 치며 험한 말을 했다는 것을 빌미로 이미 해킹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악용, 치킨과 피자, 중식요리 등을 피해자 주소지로 대량 주문하는 사례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유형의 경제적 피해 발생으로, 보이스피싱을 우리 사회에서 근절해야 할 이유가 더욱 명확해 지는 셈이다.현재 검찰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5억원 이상의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가 있고 나머지 수사는 모두 경찰 몫이 됐다. 이에 경찰의 수사 부담 증가는 피할 수 없게 됐고 국민들은 수사 지연의 피해를 오롯이 받고 있다. 경북도경찰서는 앞서 언급한 보이스피싱 피해 대학생 사건에 대해 도경에서 직접 수사는 어렵고 사건 발생 지역인 경산경찰서에 내려보내 수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워낙 많이 발생하는 사건인데다 인력의 한계도 있어 지역 경찰서에서 사건을 전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사건을 접수한 경산경찰서 역시 어려움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다. 발생하는 사건이 수사도 어려운 데다가 인력의 한계도 있어 기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전담 수사관을 곧 배정할 것이며, 결과 통보까지 길게는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20~30분이면 또 다른 사기 피해자가 1건 발생할 수 있는 시간임을 볼 때 6개월 이상은 지나치게 긴 시간이라 아니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경수사권 조정의 폐해는 지난 2021년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를 살펴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2021년 발생한 3만982건 중 97.48%(3만201건)가 1억원 미만 범죄였으며, 가장 많은 피해 금액대로는 1천만원 ~ 3천만원 사이가 45.9%를 차지했다. 1억원 이상 범죄가 2.5%(781명)에 불과한 것을 볼 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5억 이상의 보이스피싱 범죄는 거의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결국 보이스피싱 수사의 대부분이 경찰 몫이 된 셈이다. 경찰은 신속하고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 많으나 범죄에 사용된 계좌추적과 휴대전화 압수, 통신 내역 조회, 범죄혐의 사무실 압수수색 등 영장을 발부받아야 수사가 가능할 일들이 많아 경찰로서는 수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렇듯 끓어오르는 국민적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다. 중요한 일에 사용할 목적으로 고이 간직했던 목돈을 보이스피싱범이 현직 검사와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 범죄를 자행함에도 각종 이유를 들어 벌금과 집행유예로 판결하는 사례가 많고 징역형의 경우도 형량을 감경, 솜방망이 처벌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손쉽게 한탕을 노리는 보이스피싱범들이 범죄 유혹을 단호히 거절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 중에는 절망감에 생을 마감하는 사례도 발생할 정도로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 범죄이기에 법원은 각성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 엄단해야 한다고 국민들은 입을 모은다. 결국, 보이스피싱 범죄의 경우, 범인이 잡힐 때까지 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설사 잡히더라도 전액을 배상받기 어렵다. 그마저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 피해자는 민사소송을 통해 지루한 법적 공방을 각오해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기화로 대검찰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지난 2006년 국내 첫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 발생 이후 16년 만인 지난해 6월 23일 대검찰청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경찰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을 구성하고, 검찰과 경찰수사팀, 금감원·국세청·관세청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금융수사협력팀을 통해 단속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정부합수단은 먼저 서울 동부지검에 본부를 설치하고 1년 동안 수사를 진행한 뒤 추후 운영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운영 방침을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합수단 출범 9개월만인 지난 3월 2일 카드뉴스를 통해 윤석열 정부 출범(합수단 설치) 이후 보이스피싱 피해가 30% 감소했다고 밝혔다. 피해 금액으로는 7744억원에서 2306억원(29.7%)이 줄어든 5438억원으로 감소했으며, 피해건수도 3만982건에서 9150건(29.5%)이 줄어든 21832건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결과도 아직 지역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운 수치에 불과하다. 현재 지역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보이스피싱 범죄는 지역 경찰서가 전담팀을 꾸려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경찰이 금감원·국세청·관세청 등 유관기관의 협조를 받아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 정부의 대책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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