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살이 되면 좋겠다//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아도 된다면/ 좋겠다 엄마가 불러도/ 깨지 않고// 아빠가 흔들어도 깨지 않고모두 그렇게 떠나고 나면 창밖에 내리는빗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좋겠다 물방울이 풀잎을 구르는 소리젖은 참새가 몸을 터는 소리 이불 속에서 듣다가나무가 된다면 좋겠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 나무 밑에서 조용히 쉬고 계시면 좋겠다//빛을 받고뿌리를 뻗으며 오래 평화롭게 잠들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잠에서 깨어나면/ 여전히 한낮이었으면 좋겠다 온 가족이 모여 내 침대를 둘러싸고 있으면 좋겠다부드러운 오후의 빛 속에서 잘 쉬었어?/ 오늘은 기분이 어때? 내게 물어보면 좋겠다그럼 나는 웃으면서// 백 년 동안 쉬어서 아주 기분이 좋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정말 좋겠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가정(假定)은 늘 흥미롭다. 그리고 자유롭다. 육체는 없고 마음 닿는 곳이 없으며 머물지 않아도 되니 풍요롭다. 잠들어 있다가 ‘백 살이 되면’ 깨어나서 그것도 온 가족이 모여 있는 침대에서 일어나 ‘백 년 동안 쉬어서 아주 기분이 좋다고’ 기지개 켜며 일어나는 아침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정말이지 ‘나무가 된다면 좋겠다’ 나도 그러면 좋겠다.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