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당신 무릎을 베고 잠들고 싶어요 한 세상을 걸어왔던 상처 많은 무릎 품에 머리를 묻고깊이깊이 잠들고 싶어요그렇게 내가 잠들면당신은 여기 남고 나는 어딘가로 가는 건가요내가 잠든 사이 당신은잠든 내 얼굴을 보면서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당신처럼 넌지시 누구에게 무릎을 건네는 마음이내 잠을 무르게 할까요내 머리만큼의 무거움이 당신의 오후를 누르겠지요그러면 당신은 발가락 끝에서부터 저려오는 오후를 가만히 견디겠지요그렇게 시간이 가고 당신은 그 자리에서 깊은 뿌리가 내려살구나무가 되고 그늘이 되어잠꼬대 하는 내 입 속으로 달콤한 살구액을 떨어뜨릴지도 모르죠아무리 걸어가도 큰길이 나오지 않는 잠당신은 저린 무릎을 살며시 빼서조용히 쌀을 씻어 안치겠지요어딘가로 가던 나는 슬며시 펴지는 당신의 오후를 만나겠지요<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마음이 상처받고 힘들어질 때 무엇이 생각났을까. 누군가의 포근한 쓰다듬이가 아니었을까.그렇다면 이 세상 가장 편안한 곳이 어딜까. 모든 것 잊고 편안히 잠들 수 있는 곳. 베게가 있는 곳. 베게가 있어 누울 수 있는 곳. 베게보다 더 편한 무릎.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가장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의 무릎에 누우면 천국일 것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당신의 무릎에 나를 누이고 머리를 만져 주셨다. 이마도 짚어주고 머리카락에 붙어 있을법한 검불도 떼 주셨다. 그리고는 귀이개를 가지고 살금살금 귓밥을 간지러주셨다. 잠이 소올솔 왔다. 그 꿀잠의 맛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굴 수 없을 만큼 달콤했다. 그 사이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깊은 뿌리를 내려 살구나무가 되고 그늘이 되셨다. 이제는 이 곳에 없는 어머니. 이제는 내가 그 자리에 앉아야 할 것 같다. 내 무릎에 뉘여 천국을 만들어 주고 싶다. 가만가만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상처 많은 그대의 영혼에 작은 안식을 주고 싶다. 평화가 오리니. 그 평화를 그대에게 주고 싶은 무릎 잠. <수필가 박모니카>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경상매일신문

<詩境의 아침>무릎잠 / 정진혁..
오피니언

<詩境의 아침>무릎잠 / 정진혁

경상매일신문 기자 gsm333@hanmail.net 입력 2023/03/16 21:30

문득 당신 무릎을 베고 잠들고 싶어요

한 세상을 걸어왔던 상처 많은 무릎 품에 머리를 묻고
깊이깊이 잠들고 싶어요
그렇게 내가 잠들면
당신은 여기 남고 나는 어딘가로 가는 건가요
내가 잠든 사이 당신은
잠든 내 얼굴을 보면서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당신처럼 넌지시 누구에게 무릎을 건네는 마음이
내 잠을 무르게 할까요
내 머리만큼의 무거움이 당신의 오후를 누르겠지요
그러면 당신은 발가락 끝에서부터 저려오는 오후를 가만히 견디겠지요

그렇게 시간이 가고 당신은 그 자리에서 깊은 뿌리가 내려
살구나무가 되고 그늘이 되어
잠꼬대 하는 내 입 속으로 달콤한 살구액을 떨어뜨릴지도 모르죠

아무리 걸어가도 큰길이 나오지 않는 잠
당신은 저린 무릎을 살며시 빼서
조용히 쌀을 씻어 안치겠지요
어딘가로 가던 나는 슬며시 펴지는 당신의 오후를 만나겠지요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박모니카 수필가

마음이 상처받고 힘들어질 때 무엇이 생각났을까. 누군가의 포근한 쓰다듬이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이 세상 가장 편안한 곳이 어딜까. 모든 것 잊고 편안히 잠들 수 있는 곳. 베게가 있는 곳. 베게가 있어 누울 수 있는 곳. 베게보다 더 편한 무릎.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가장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의 무릎에 누우면 천국일 것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당신의 무릎에 나를 누이고 머리를 만져 주셨다. 이마도 짚어주고 머리카락에 붙어 있을법한 검불도 떼 주셨다. 그리고는 귀이개를 가지고 살금살금 귓밥을 간지러주셨다. 잠이 소올솔 왔다. 그 꿀잠의 맛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굴 수 없을 만큼 달콤했다. 그 사이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깊은 뿌리를 내려 살구나무가 되고 그늘이 되셨다. 이제는 이 곳에 없는 어머니. 이제는 내가 그 자리에 앉아야 할 것 같다. 내 무릎에 뉘여 천국을 만들어 주고 싶다. 가만가만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상처 많은 그대의 영혼에 작은 안식을 주고 싶다. 평화가 오리니. 그 평화를 그대에게 주고 싶은 무릎 잠. <수필가 박모니카>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