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가 문을 밀고 나오던 날지구 위에 생명 하나 심은 게 좋아 웃다가웃음이 눈물이 되는 법 깨달았지요눈감고도 우유 먹는 게 신기하여종일 굶은 배가 벌렁벌렁 뛰었구요배내옷보다도 작은 인형만한 아가그 쬐끄만 몸은 우주를 채우고도 모자라제 주먹만한 할미 가슴으로 비집고 오데요꽃물처럼 상큼한 숨결서걱이는 마음 구석구석 산소가 되어지구 한 바퀴를 구경시켜 주더군요꽃술 눈으로 향기를 피우고젤리 입으로 노래를 부르면서요안개꽃다발보다 짧은 키에서어쩜 그렇게 깊은 생각이 나오는지조근조근 귓속말 나눌 때오므린 입이 졸리운지입술을 딱 벌리고 하품을 하데요그때 내 가슴에서 기쁨 한 덩이 탁 터졌지요꽃망울 하나가 놀라서 피었구요<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아가의 탄생, 눈감고도 엄마 냄새를 맡고 엄마 젖을 찾아 쪼옥쪽 빨아대는 그 작은 입모습이 어찌나 예쁜 지, 눈을 떼지 못하는 날. 슬며시 아가 손가락을 대기만 했는데 그 작은 손으로 엄마 손가락 하나를 꼬옥 쥐고 놓지를 않는 신기하기도 한 날그렇게 아기가 태어나서 기쁨을 주더니 어느 새 그 아기가 자라나 결혼을 하고 똑 닮은 아가를 낳았네. 꽃술 눈, 젤리 입, 안개 꽃다발보다 작은 키의 손녀를 안겨주었네. 몽땅 마음을 다 빼앗겨 버리는 할미가 된 시인이 갓 태어난 손녀의 모습에 ‘기쁨 한 덩이’로 가득 차서 쓴 시다. 갓 태어난 아가의 모습에 어느 누군들 마음 빼앗기지 않을 수 있을까. 오물거리는 입도 예쁘고 통통한 볼도 사랑스럽다. 아기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환희에 차게 한다.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참으로 신비스러운 체험을 하게 한다. 神이 지상에 내려올 수가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고 하더니 틀림없이 맞는 말이다. 인간이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神이 아니고서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위대하다. 자식을 낳으면 목숨 아끼지 않는 희생과 한결같은 사랑으로 기르는 것을 母性이라고 했다. 神이 주신 본능이다. 생각해서 행동하는 이성(理性)이 아니다. 이처럼 커다란 능력을 ‘어머니’라고 이름 한다. 요즈음 세대들은 그 고귀한 이름을 거부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독신을 고집하고 혼자 사는 것을 은근히 자랑삼는다. 안될 일이다. 모성을 체험하지 않는 여자는 단지 여자일 뿐이다. 감히 神의 능력을 버리는 일은 하지 않아야 될 텐데…저토록 이쁜 아가의 하품하는 모습을 봐야 할 텐데… <수필가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