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를 사왔다
줄기는 김치 속 버무리에 넣고밑동은 버리려다가뿌리가 훤히 보이는 유리그릇에 담아햇빛 잘 드는 창가에 놓았다어느 날 보니칼날의 서슬로 베인 뿌리에서버젓이 자라 올라 얼굴 내어민다숨 고르고 일어서는 파란 웃음미나리꽝으로부터 품어온깊은 내력 풀어내며 말을 건다시간에 쫓겨 밀려났다고웅크리고 앉아 기죽을 일 아니라는 듯푸르디푸른 날개 펼친다끈질긴 미나리의 손길에 이끌려짧은 뿌리들 더듬으며온종일 몸을 흔든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미나리의 질긴 생명력에 놀랄 때가 많다. 질기다는 의미에 내포 되어 있는 것은 버틴다는 것이다. 어떤 환경, 어떠한 시련으로도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미나리는 뿌리만 있으면 ‘칼날의 서슬로 베인 뿌리에서’또 자라난다. 그것도 버젓이 자라난다 미나리가 사람이라면 누군가에게 베이고 짓밟힌 사회적 약자일 것이다. 미나리 같은 인생이 라면 이용당하고 베이는 인생일 것이다. 대견한 것은 사람에게 상처받고 직장에서 잘리기도 하지만 웃으면서 일어선다는 것이다. 웅크리고 기죽을 일 아니라면서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선다는 것이다. 끈질기게 버틴다는 점이다. 파란 웃음마저 웃어 보이며 푸르디푸른 날개 펼쳐서 보란 듯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는 듯 쑥쑥 자라주는 미나리는 약자가 아니라 강자이다. 약자로 보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미나리 같은 사람이 진정한 강자임을 자르는 사람은 모를 뿐이다. 그의 강인한 생명력을 눈치 채지 못한 것이다. 경건한 심정이 되어 미나리의 뿌리를 조심스레 만져본다. 조붓한 미나리의 향을 맡으며 이 봄도 미나리 같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좋겠다. <수필가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