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밝은 사람과 나란히 밤길을 걷고 싶다낮에 보았던 세상의 환한 치부를어둠에 씻어내며 눈에 담지 못하던고요의 속내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싶다먼 은하에서부터 쉬지 않고 달려와나뭇가지를 스치는 별들의 기척에저절로 고개가 젖혀지는 사람,뜰채 같은 손가락 사이 깃드는적막을 공깃돌처럼 만지작거리고 싶다점자 찍듯 흔들리는풀잎들의 수신호 따라어두운 숲길을 건너는누군가처럼 나도한껏 밝아진 귀를 갖고 싶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귀 밝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세상사에 편견 없는 사람의 말을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 것만 같다. 어느 한 쪽 말이거나 견해에 치우쳐 공정함을 모르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스스로 공정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공정하다고 말 해 줄 수 있는 귀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귀가 밝아지면 자연의 순리에 귀를 기우릴 것이다. 자연의 소리에 따르고 자연의 법칙에 자신을 맡기는 사람일 것이다. 자연이 그렇듯 같이 있으면 스르르 편안해지는 사람일 것이다. 상대방의 잘못을 따지려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과는 관계 맺기가 힘들다. 그런 사람과 있으면 편안하지가 않다. 사람과의 관계는 그저 물 흐르듯이 순조로워야 된다고 믿고 있다. 물길이 막히면 온갖 찌꺼기들이 가는 길을 가로막아 답답해지지만 물길이 막히지 않으면 시원하지 않던가. 마음의 교류가 흐르려면 우선 ‘귀 밝은 사람이’ 되고 볼 일이다.‘나뭇가지를 스치는 별들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고 ‘적막을’즐길 줄도 알며 ‘풀잎들의 수신호’조차 알아차리는 예민하며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가 되고 싶다는 시인의 생각에 깊이 동감을 느낀다. ‘귀 밝은 사람’은 되지 못하더라도 진실의 소리가 들리지 않은 귀가 어두운 사람은 적어도 되지 않아야 할 텐데…<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