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물질적·경제적 기반 위에서 삶을 꾸려나간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아무리 그럴싸하더라도 공허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인간은 노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자신의 가치를 실현한다. 평균 수명이 80세가 지난 오늘날에도 그 쓰임새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인구의 고령화 현상은 현대 문명의 산물이고, 인류가 이제껏 경험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현상이며, 개개 국가 차원을 넘어 선 인류전체의 문제이지만, 우선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고 어떻게 이에 대처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많은 현대인들이 직장에서 평생을 보낸다. 만약 직장에서 해고되면 자신의 존재감과 가치를 확보할 방법이 많지가 않다. 농부에게는 평생을 같이 할 농사가 있지만 도시인에게는 의탁할 대상이 많지 않다. 이런 시류 속에서 아직도 ‘임금 피크제’를 실시하고 있지 않고 있다. 임금 피크제란 일정한 연령에 이르면 그 때의 연봉을 기준으로 임금을 줄여나가는 대신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정년 보장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많이 알려진 제도지만, 기업 측에서 보면 해당 분야에 노하우를 지닌 인력을 큰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고, 개인 입장에서 보면 임금이 줄더라도 자신의 존재감과 가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은 제도다.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음양으로 퇴직이 강요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노동 생산성을 잣대로 조기 퇴직을 유도하고 있지만, 평균 수명이 과거보다 엄청나게 늘어난 상황에서 조기 퇴직은 수많은 노령 인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70세 정년’은 ‘젊어야 일을 잘한다는 편견’에 대한 도전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 “연령 차별주의는 인류가 맞서 싸워야 할 수많은 차별주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것이다. 세계의 어떤 나라보다도 우리나라는 인구의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환란의 광풍을 겪으면서 생산성의 기준을 나이에 맞추게 됨으로써 고령화 사회와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삶의 여건이 급변하고 있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참으로 무색해지고 있는 것이다. 70세 정년을 보장함으로써 연령 차별주의를 극복하려는 영국 정부의 노력과 최근 우리 사회에서 도입이 시도되고 있는 ‘임금 피크제’는, 노령 인구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하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어떻게 인구 관리를 해야 할 것인지를 환기시켜주고 있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은 의미 있게 시작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어야 연령 간, 세대 간 조화가 가능해진다. 일본 기업들은 이미 60세 이상의 퇴직자를 재고용한지 제법 되었다. 도요타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임금은 정규직의 60~70%이지만 정년의 베테랑다운 노련미가 품질에 스민다. 고령의 경험과 지혜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50대 정년이 굳어 버린 한국이 코앞의 문제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빨리 임금피크제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