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마곡사 가는 길 산기슭 늘어선 나무들 저 자세가 수상쩍다 무엇을, 무엇인가를 향해 저리 한쪽으로 온몸 기울여 비스듬히 늘어선 것인가 곧은 자세의 편안함 잊고 온몸 기울인 저 생애의 간절함 한 줌 물소리 부드러운 바람의 숨결 나폴거리는 밝은 햇살 기쁘게 받으며 땅 밑으로 치명적 그리움 키워온 것이라면 온 생애 저리 당당히 기울어진 것이라면 그대여 사랑이여 나는 불현듯 깊이 울려오는 그 이름이 캄캄하구나 온 마음 기울여 한 생애 기꺼이 쏟아내지 못한 내 사랑이 이렇게 부끄럽구나 비스듬히 기울어지는 것쯤 무릅쓰지 못하고 그저 곧게 균형만 잡으려 애쓴 생애가 열없어 갑자기 숨기고 싶구나 쏟아지는 밝은 햇살 디디지 못하고 그늘로 숨어드는 내 발길 순간 휘청이는 마곡사 가는 길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마곡사를 간 적이 있었다. 그 곳을 거닐 때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내 머리칼을 귀찮을 정도로 나부끼게 했던 기억이 난다. 같은 마곡사를 거닐었음에도 나는 바람의 방향에 나의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면 시인의 시선은 나무의 기울여진 각도에 향해 있었다. 그 ‘자세가 수상쩍다’고 본 것이다. ‘한쪽으로 온몸 기울여 비스듬히 늘어선’나무들의’나무들의 쏠려있는 모습에서 ‘곧은 자세의 편안함 잊고 온몸 기울인 저 생애의 간절함’을 엿보았던 것이다. 사유의 깊이가 느껴진다. 나무들끼리도 자신의 온 몸을 기울여 어딘가로 닿기 위한 절절한 몸짓을 하는데 시인은 누군가를 향해 ‘온 마음 기울여 본 적도 없고 한 생애 기꺼이 쏟아내지도 못한’ 누군가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단지‘그저 곧게 균형만 잡으려 애쓴 생애’라는 생각에 머물자 문득, 그 마음들이 당당하지 못했음에 대해서 회한에 젖는다. ‘부끄럽다고 말하고 있다. 한 곳을 향해 막무가내로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몸짓의 나무들 용기가 부럽기만 하다. 한 번 뿐인 생, 부러워만 하고 있을 시간은 자꾸 줄어가는 데 말이다.<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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