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할 수 없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가난에서 벗어나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이 갈수록 험난하다. 공부 열심히 해서 고시에 합격하거나 기술을 배워 차곡차곡 돈을 모아 소규모 자영업자가 되는 것도 이제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것은 순간이지만,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올라가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반면 상류층이 중류층으로 떨어질 확률은 낮아 우리사회가 빈곤과 부의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사회의 소득계층 이동성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고, 빈곤탈출은 멀어진다는 수치는 한국 사회가 건강성을 잃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과 무역수지 적자의 수렁에 빠졌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인 2.9%를 밑돌았다. 2021년에도 4.1% 성장률에 그쳐 OECD 평균인 5.6%보다 낮았다. 우리 경제가 2년 연속 회원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1996년 OECD 가입 이후 처음이다. 무역 적자도 고착되고 있다. 올 2월 무역수지는 53억 달러 적자를 기록해 12개월째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42.5% 급감한 영향이 컸다. 1월까지 더하면 올해 무역 적자 규모는 179억 9000만 달러에 달한다. 또 지난해 11월까지 누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98조 원에 이르렀다. 경제사정이 악화되면 무엇보다도 빈곤층 가구는 살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보사연의 통계를 보면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올라선 가구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반면 반대로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가구는 늘어나고 있다. 사회의 빈곤층 저변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지만 복지나 사회안전망이 미비해 한번 빈곤층이 되면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다. 특히 근로능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인 노인, 여성, 장애인 가구의 문제가 우려된다. 저소득층이 빈곤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중산층이 빈곤상태로 전락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빈곤을 탈출하게 할 만한 사회보장제도가 부족하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빈곤대책은 빈곤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존을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 정도에만 그치고 있다. 노동능력이 있음에도 빈곤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끌어올릴 방안이 필요하다. 빈곤탈출률 약화로 발생되는 사회적 파장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소득계층 고착화는 사회 전체의 활력을 저하시키고 계층 간의 갈등을 악화시킨다. 이는 빈곤층의 꿈과 희망을 포기하게 하는 우리사회로 인식될 수 있다. 이같이 된 까닭은 그동안 정치를 이끌어온 위정자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정부는 저성장에 빠진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빨리 마련하고 빈곤층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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