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문=신일권기자]겨울의 끝자락 전시장 한 곳에 봄의 전령 매화가 만개하여 부드러운 미소로 우리를 반겨줄 채비를 하고 있다. 봄이 가까우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매화 향기, 그 향기에 취해 우는 새 소리가 가득한 리움미술관에서 조선백자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획전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이 오는 28일부터 시작된다.조선 초기 청화백자 중에서도 당당한 형태와 화려한 그림 장식으로 널리 알려진 `백자청화 호`, 고려의 매병에서 조선의 호로 변해가는 과도기적 특징을 보여주는 `백자청화 홍치명 송죽문 호`, 청화, 철화 안료를 입은 나비가 비상하는 `백자 청화철화‘시’명나비문 팔각연적` 등 봄기운 가득 담은 백자를 비롯한 국가지정문화재 59점 (국보 18점, 보물 41점) 중 절반이 넘는 31점(국보 10점, 보물 21점)과 일본에 소재한 수준급 백자 34점을 포함하여 총 185점을 선보인다.전시는 그간 장식기법이나 주요 기종에 맞추어 소개되어온 조선백자 전시와 달리, 방대한 조선백자를 총괄하여 소개하는 동시에 그 안에 투영된 조선의 역사와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노란색·흰색·빨간색 국화꽃 담긴 `백자청화철채동채 초충문 병(白磁靑畵鐵彩銅彩 草蟲文 甁)`
조선 초기 순백색의 단정함과 절제된 청화 장식의 백자에 이어 채색 백자 등장은 조선 후기에 형성된 새로운 전통이다. `백자 청화철채동채 초충문 병(白磁 靑畵鐵彩銅彩 草蟲文 甁)`는 가느다란 목에 비해 풍만한 몸채, 그 위에 곤충, 국화 문양을 도드라지게 문양을 만들었다. 여기에 난은 청화 안료를 덧입히고, 국화 잎과 줄기, 곤충은 철화 안료로 채색했다. 국화꽃은 철 안료, 동 안료로 잎마다 정성껏 칠한 것도 있지만 순백인 채로 둔 것도 있어 색색깔로 피어난 국화를 재치있게 표현했다. 청화, 철화, 동화 안료를 함께 사용하여 색을 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으로 이 병을 제작한 장인의 기술 수준을 상상할 수 있다. `백자 청화철채동채 초충문 병`은 조선 후기 백자에 새롭게 대두되는 창의적이고 진보적인 조형 감각이 빚어낸 수작이다
◆ 나비, 봄으로 비상하다. `백자 청화철화‘시’명나비문 팔각연적` (白磁 靑畵鐵畵‘詩’銘蝶文 八角硯滴)
조선사대부의 사상과 배포가 담겨있는 `백자 청화철화‘시’명나비문 팔각연적(白磁 靑畵鐵畵‘詩’銘蝶文 八角硯滴)`은 벼루에 따를 물을 담아두는 연적이다. 이 작품은 팔각의 겉면을 청화 안료와 철화 안료를 동시에 사용하여 나비 문양과 칠언절구의 시로 장식한 화려함이 돋보이는 18세기 백자연적을 대표하는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