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10대 경제대국에 꼽는다. 이는 우리 국민이 근면, 성실, 검소한 정신으로 열심히 일한 덕분이다. 또한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정 탓에 어떻게든 빠르게 처리하는 습관이 체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줄곧 선진국과 비교하면서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고 앞만 보고 자녀교육에 투자하고 노력하다 보니 잘 살게 되었다고 본다. 소위 선진국이라는 곳에서 생활해보면 한국이 얼마나 살기좋은 나라인지 몸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과도한 경쟁의식으로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낮고, 남의 좋은 것만 바라보며 내탓이 아닌 남탓으로 돌리고, 계층간 생활권이 많이 겹쳐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경제상황이 심각하지만 웃음과 여유는 잃지 않고 살아가는 국가들도 많다.잘사는 우리나라 국민이 자기 내면의 행복에 집중하지 못하면 의미없는 삶이 된다.지난 20일 통계개발원은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를 발간했다. 우리나라 국민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 수준이다. 소득 1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삶의 만족도가 낮았으며, 아동 학대 피해 경험률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이 증가했다. 독거노인 비율 또한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제한됨에 따라 국내 여행 경험률은 많이 증가했으며 여가시간 또한 2016년 이후 늘어나는 추세로 확인됐다.보고서는 건강, 여가, 가족·공동체 등 11개 영역의 71개 지표로 구성됐다. 전체 71개 지표 중 지난해 업데이트된 지표는 62개이며 47개 지표는 전기 대비 개선됐다. 14개 지표는 악화됐으며 1개 지표는 이전 조사와 동일한 수준을 보였다.2021년 기준 우리나라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 중 6.3점으로 나타났다. 2013년 5.7점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2018년 6.1점을 찍은 뒤 2019년과 2020년 6.0점으로 낮아졌지만, 2021년 다시 상승했다.삶의 만족도는 저소득층일수록 낮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100만원 미만 저소득층 삶의 만족도는 5.5점으로 월 6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의 6.5점보다 1.0점 낮았다.세계행복보고서의 국제 비교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삶의 만족도는 2019~2021년 5.9점으로 OECD 38개국 평균(6.7점)보다 0.8점 낮았다. 삶의 만족도는 OECD에서 작성되는 `더 나은 삶 지수`(BLI)의 지표 중 하나이며 UN의 세계행복보고서(WHR)에서 활용되는 지표이다.이는 튀르키예(4.7점), 콜롬비아(5.8점) 다음으로 낮은 수준으로 그리스(5.9짐)와 비슷했으며 일본(6.0점)보다는 낮았다. 반면 핀란드(7.8점), 덴마크(7.6점), 아이슬란드(7.6점) 등 북유럽 국가는 삶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어제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보여주는 긍정정서는 2021년 6.7점으로 2020년(6.4점)보다 0.3점 증가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정서 또한 2021년 4.0점으로 전년(3.7점)보다 0.3점 늘었다.2021년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아동 10만명당 502.2건으로 2020년 401.6건보다 100건 넘게 증가했다. 2001년 아동 10만명당 17.7건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역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사례 건수를 보면 2019년 3만45건으로 5441건 증가했고 2021년에는 3만7605건으로 전년(3만905건)보다 6700건 늘었다. 증가 폭 또한 2021년에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전국 아동 보호 전문기관에 신고된 사례만을 집계한 것으로 실제 발생하고 있는 전체 변화 추이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즉 실제 학대 건수가 증가한 것인지, 신고 건수의 증가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최근 아동학대 사건의 언론보도 이후 사회적 관심 증가가 신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운수사고, 추락, 익사, 화상, 등 안전사고로 인한 만 14세 이하 아동 사망률은 2000년 이후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였다. 2021년에는 10만명당 2.2명으로 전년보다 0.2명 감소해 2000년(14.4명)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2021년 1인당 국내 여행 일수는 6.58일로 2020년(5.81일)보다 소폭 증가했으나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인 10.01일(2019년 기준)에는 못 미쳤다. 연령별로 보면 전체 연령대에서 2020년보다 여행 일수가 증가했다. 특히 20~29세(8.72일)에서 1.14일 늘어나며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국내 여행 경험률은 2021년 89.0%로 2020년(75.5%)보다 13.5%포인트(p) 증가했으며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84.0%), 2019년(85.0%)보다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제한됨에 따라 국내 여행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여행 일수 증가 폭이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숙박여행보다 당일 여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가구 소득별로 보면 600만원 이상인 가구의 1인당 국내 관광 여행 일수는 9.0일로 1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 여행 일수 2.0일보다 7일 많았다.여가시간은 4.4시간으로 2016년 3.6시간 이후 5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에서 5.7시간으로 가장 길고 30대(4.1시간)와 40대(3.9시간)는 짧았다.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지난해 65세 독거노인 비율은 20.8%를 기록했다. 2000년 16.0%에서 2005년 17.3%, 2010년 18.5%, 2020년 19.8% 등 지속 증가했다. 2022년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901만8000명으로 2000년(339만4000명) 이후 2.7배 증가했다. 이 중 독거노인은 지난해 187만5000명으로 2000년(54만3000명)보다 3.5배 늘었다.가족관계에 대한 만족도는 지난해 64.5%로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코로나19 기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관계 만족도가 개선됐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주축이 된 신중년층은 민주화와 정보화 등 사회변동을 이끌어온 세대다. 이들이 노인이 되면 가족관계, 여가활동, 노동에 대한 태도도 바뀌고 사회 전체도 변화할 것이다.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기 위해서는 불평등과 생활격차를 줄이고 신뢰가 바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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