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천천히 가는 시계를 하나 가지고 싶다
수탉이 길게 길게 울어서아, 아침 먹을 때가 되었구나 생각을 하고뻐꾸기가 재게 재게 울어서어, 점심 먹을 때가 지나갔군 느끼게 되고부엉이가 느리게, 느리게 울어서으흠, 저녁밥 지을 때가 되었군 깨닫게 되는새의 울음소리로만 돌아가는 시계나팔꽃이 피어 날이 밝은 것을 알고또 연꽃이 피어서 해가 높이 뜬 것을 알고분꽃이 피어서 구름 낀 날에도해가 졌음을 짐작하게 하는꽃의 향기로만 돌아가는 시계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가고시도 쓸 만큼 써보았으니나도 인제는, 천천히 돌아가는 시계 하나쯤내 몸 속에 기르고 싶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시간을 재는 기구가 달라진다면 너무 좋겠다. 천천히 천천히 가는 시계면 참 좋겠다.수탉이 길게 울어서 아는 아침이나 뻐꾸기 우는 소리로 점심을 아는 세계 속에 산다면 수탉이 목청을 길게 늘려서 나는 소리로 아침을 알려야 아는 시간, 뻐꾸기가 노래 불러야 오후가 되고 점심시간을 아는 세상- 부엉이가 울어야 밤이 오고 잠이 들 시간을 아는 세상이 온다면- 수탉의 아침, 뻐꾸기의 낮, 부엉이의 밤, 그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말이다. 시간은 오지도 지나가지도 않을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수탉이나, 뻐꾸기, 부엉이가 얼마나 귀해질까. 나팔꽃이 피어야 날이 밝은 것을 안다거나 연꽃이 피어서야 해가 높이 뜬 것을 아는 세상이 온다면 나팔꽃 한 송이가 진정으로, 소중한 존재가 될 것이다. 연꽃이나 분꽃을 사람들은 참으로 아낄 것이다. 그들로 인하여 시간이 조종되므로 사람들은 그 시간들을 꽃 속에서 혹은 자연 속에서 보내려고 하지 않을까. 이 세상이 그들을 가꾸는 일로 전심전력을 다할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시간을 알아내는 자연을 진정으로 귀하게 여길 것이다수탉의 울음소리로 생애를 시작하고 꽃으로 현재를 누리고 마지막 생을 꽃 속에 묻힌다면 악한 사람 전혀 없을 것인데…서로를 위하고 아낄 것인데… 아주 작은 꽃 하나, 작은 동물도 아낄 것인데…상상은 날개를 펴고…즐거운 이런 상상을 하게 해준 시인의 시가 귀하고 귀하다. ‘꽃의 향기로만 돌아가는 시계’ 꽃향기가 없다면 시간이 가지 않는 곳, 바쁠 것도 없는 세상, 그저 그러려니 천천히 가는 세상 속에서의 존재는 여전히 자연의 일부분으로 함께 남을 텐데…아직도 덜 자란 아이로 모두가 그 순수 속에서 함께 일 텐데 말이다. <수필가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