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느 특정한 날이 되면 읍내 모든 저울 가진 상가는 상점 내 사용하던 저울을 갖고 읍사무소를 찾아 검증필 스티커를 부착하고 돌아와야 했다. 물론 모든 저울이 검증을 통과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저울은 공무원들에게 빼앗겨 압류되기도 했고, 대저울 중 일부는 현장에서 두 동강 나기도 했다. 너무하단 생각도 일부 들었지만, 재사용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모두가 받아들였다. 지금처럼 정량(定量)을 담은 포장이 일상화되지 않던 40~50년 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따라서 시장통은 상가의 저울을 사이에 두고 소비자와 상인 간 미묘한 실랑이가 늘 상 벌어지는 곳이었다. 만일 저울이 정확성을 잃는다면 관련 거래는 누구 하나에게 부정직한 거래가 되고 만다. 반면 공정한 저울은 서로에게 신뢰를 주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게 해 준다. 믿음 속에서 정당한 거래가 이뤄지고 덤까지 주어질 땐 인정(人情)까지 느끼게 된다. 결국 정이 흐르는 사회의 기반은 정직이며, 정직을 토대로 공동체 내 행복감이 증진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기소된지 2년 5개월만에 나온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의 1심 판결을 두고 말이 많다. 윤미향은 8가지 죄목으로 검찰로부터 징역 5년을 구형받았지만 횡령 일부만 유죄로 인정, 벌금 1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에 대해 법을 어느 정도라도 이해하는 국민들 사이에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미향은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시민단체를 운영하면서 개인계좌로 기부금을 받아 사익을 추구해 왔지만 무죄(無罪), 또한 217차례에 걸쳐 시민단체 자금 1억여 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지만, 지금껏 윤미향이 관련 사업에 기부한 금액이 상당하기에 이 또한 무죄라고 판결했다. 보조금법은 상당히 엄격한 처벌을 수반하는 법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시민의 경우, 단돈 100만원의 보조금을 유용해도 전액 환수는 물론 강력한 행정처분, 경찰 고발까지 당하는 것이 현실인데 윤미향에게는 너그럽기가 한량없다. 엄격하디 엄격한 국가보조금 위반에 저촉돼 앞서 중징계 받은 이의 억울함은 어찌할 것이며, 향후 발생될 보조금 관련 범죄자는 무슨 근거로 처벌할 셈인가. 윤미향 사건의 경우, 법이 물렁한 것이 아니라 판결이 일반인의 가치판단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특권계층, 권력층, 재력가의 현재의 넉넉한 삶이 아니라 그들이 공평해야 할 기회마저 저버리고 특권을 향유하려는 것을 볼 때이다. 문재인 정권 시절 정권 실세들 관련 범죄에 대해 정권 기간 내내 재판은 물론 수사마저 지지부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조국 일가족 비리가 그 중 하나이며 이외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부정사건 관련 황운하 국회의원과 청와대 실세들 관련 수사,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검찰 내 증권범죄수사단을 해체하면서 중단된 옵티머스, 라임 등 각종 증권범죄 사건, 추 장관 아들 탈영 의혹, 우리들병원 불법대출 의혹,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의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 비리 의혹, 권순일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 탈북청년 북송사건 등 한 두가지가 아니다. 국민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버텨온 정권 실세 관련 범죄 의혹들이다. 정권의 정당성과 순수성 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신속하게 수사하고 재판했어야 마땅할 것이나 정권이 바뀌도록 수사와 재판 모두를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 이는 국민의 뜻을 거스리는 것이며, 명백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다. 선거법은 선거 관련 범죄에 대해 6개월 내 신속하게 판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억울한 탈락자를 구제하고 부정하게 당선된 자로 인한 국민 피해를 막고자 하는 취지에서다. 따라서 현 상황은 정권에 부역하는 검사들과 일부 편향된 정치 성향을 가진 판사들이 법을 어겨가며 정권 수호에 편승한 탓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법의 보루이며 법원을 대표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범죄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법원장 공관을 법원 예산을 전용해 화려하게 리모델링 한 일, 공관 내 손주들의 놀이시설 조성, 자부의 공관 사적 활용, 임성근 부장판사 관련 직권남용과 거짓말로 인한 망신, 대법관 제청 관련 약속 파기 논란 등으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고발까지 당한 상태이다. 전국의 모든 판사들에게 엄격한 국법 적용을 요구, 국가 기강이 늘 확립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책임자가 보여야 할 태도가 아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함께 거짓말 논란이 일고 있는 지도층 인사는 대선후보였으며 현 제1야당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이다.‘리더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사람을 죽인자보다 거짓말하는 리더가 더 나쁘다’란 말처럼 사회 지도층에서 거짓말이 나와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거짓말쟁이의 지도력과 판결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나? 그러한 지도층을 가진 국민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직무수행 중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대통령뿐이다. 행정부의 수반이기도 하지만 국가원수로서 역할을 수행하기에 따른 특혜다. 국가 지도자급인 국회의장(국회의원)과 대법원장(판사), 국무총리(장관), 검찰총장(검사) 등 고위공직자들의 범죄 의혹이 사회문제가 된다면 사법기관이 나서기 전 본인들이 적극 해명에 나서야 하고, 또한 자발적으로 수사에 적극 협조, 국가 기강이 자신으로 인해 무너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고위직 공직자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아니겠는가.대한민국은 아직 바로 잡아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아 보인다. 과거에도 문제가 없지 않았지만 지난 정권 5년은 나라를 온통 20년 이전으로 후퇴시켰으며, 냉엄한 국제 사회 속 외교와 안보 등 국가 존립을 위한 기반마저도 붕괴시킨 역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 생존을 위한 현 정부의 각고(刻苦)의 노력과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기대되는 시간이다. 법의 여신은 한 손에는 저울과 다른 한 손엔 칼(법전)을 들고 서 있다. 상가 저울이 불량이라면 거래한 소비자만 피해를 입지만, 나라의 기준이 되는 저울이 고장이라면 끝없는 혼란과 불만, 다툼이 끊이지 않는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들을 바로 잡으려면 날선 검(공정과 상식, 헌법과 법률)을 사용, 혼란한 매듭들을 남김없이 잘라내어야 한다. 작은 아픔보다 전체의 위기가 국가를 더 혼란스럽게 하기에 국가 지도자라면 과감한 결단을 결코 주저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정부를 국민은 지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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