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관보다 더 깊은 매장埋葬반듯한 오후 한 시의 귀퉁이가 허물어지고세상의 끝, 출구는 없었다어머니는 마지막 인사를 두 손에 쥐고갱도를 따라 캄캄한 막장으로 들어가셨다알고 보니 죽음은생전의 걸음처럼 뒤뚱뒤뚱 무게를 달아 눕히는 것얼마나 모진 삶이었는지 관이 기우뚱거리고멀어서, 바빠서, 힘들어서이런 저런 핑계가 매달려 고인의 무릎이 휘청거렸다빙 둘러서서밀린 불효를 지우듯 몇 삽의 흙을 끼얹고 남은 울음까지 얹어드렸다입을 가슴에 묻고 가신 어머니, 아홉 자식의 허물을한 마디도 흘리지 않으셨다호상이라는 말로 서로를 위로했다긴 병치레에 통장의 잔고는 바닥이 나고유산遺産 한 점 없어 멱살잡이할 이유가 없었다빗물에도 녹슬지 않는 단단한 흙,고인의 한숨이 새지 않도록 인부들은 시룻번을 붙이듯 봉분을 다졌다지상에서 치르는 마지막 못질이었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죽음은 그 생애의 겉껍질이 벗겨지고 알곡을 보이게 한다. 죽음 후에 드러나는 그 사람만의 특별한 실체… 죽음은 어느 누구나 맞이하는 것이지만 동일하지는 않다는 이유인 것이다.그 사람의 육신이 사라진 뒤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그의 생애가 보이기 시작한다. 생전에 그의 사소한 행위들이 크게 부각되고 의미로 해석된다. 남은 사람들은 먼저 세상을 뜬 분의 마음을 비로소 읽기 시작한다. ‘입을 가슴에 묻고 가신 어머니, 아홉 자식의 허물을 한 마디도 흘리지 않으셨‘던 어머니의 큰마음을, ‘입관보다 더 깊은 매장埋葬’을 할 때 시인은 깊이 이해하게 된다. 시인의 슬픔을 이해한다. ‘갱도를 따라 캄캄한 막장으로 들어가’는 하관의식에서 느꼈을 슬픔이 나도 모르는 사이 눈물로 번지게 한다. 이틀 전 젊은 시동생이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모두들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세상을 뜨기 하루 전 날 골프도 치고 아침에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맥없이 쓰러져 119로 실려 가는 도중 호흡이 멈추었다고 했다. 허망하기 이를 데 없었다. 특출한 데가 있고 선하기 이를 데 없는 시동생이었는데…오늘이 하관하는 날이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소서. 두 손 모아 명복을 빈다<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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