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詩 1 / 정진규이런 말씀이 다른 나라에도 있을까 이젠 겨우 밥술이나 좀 들게 되었다는 말씀, 그 겸허, 실은 쓸쓸한 安分, 그 밥, 우리나란 아직도 밥이다 밥을 먹는 게 살아가는 일의 모두, 조금 슬프다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 어머니께서도 길 떠난 나를 위해 돌아오지 않는 나를 위해 언제나 한 그릇 나의 밥을 나의 밥그릇을 채워 놓고 계셨다 기다리셨다 저승에서도 그렇게 하고 계실 것이다 우리나란 사랑도 밥이다 이토록 밥이다 하얀 쌀밥이면 더욱 좋다 나도 이젠 밥술이나 좀 들게 되었다 어머니 제삿날이면 하얀 쌀밥 한 그릇 지어 올린다 오늘은 나의 사랑하는 부처님과 예수님께 나의 밥을 나누어 드리고 싶다 부처님과 예수님이 겸상으로 밥을 드시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분들은 자주 밥알을 흘리실 것 같다 숟가락질이 젓가락질이 서투르실 것 같다 다 내어주시고 그분들의 쌀독은 늘 비어 있었을 터이니까 그분들은 언제나 우리들의 밥이었으니까 늘 시장하셨을 터이니까 밥을 드신 지가 한참 되셨을 터이니까<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밥만 잘 먹으면 된다. 밥만 잘 먹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의미를 너무도 잘 새겨준 시 한편이다.‘밥술이나 겨우 들게 되었다’는 그 겸허를 우리나라 사람들은 달고 산다. 밥은 우리 민족의 모든 것이다. 모성이 깃든 밥 한 그릇이며 아버지의 등에 얹힌 쌀가마도 자식에 대한 사랑이었다. 잔칫날 동네 사람들과 나누는 밥도 정을 나누는 의례였다. 예수님과 부처님 앞에 내놓은 겸상의 밥은 존경의 의미가 담긴 것이고 지금까지 ‘우리들의 밥’으로 살아오신 그 분들에 대한 작은 대접, 큰 대우인 셈이다. 그래서 “밥 한 그릇 합시다.” 고 할 때는 “마음을 열었으니 그 마음을 나눕시다.” 라는 의미를 함의한다. 경산선생님이 저 먼 곳으로 가신지 벌써 5년이 다 되어 간다. 1년에 한 번씩만 밥을 드시니 숟가락질은 잘하실까, 젓가락질은 더 힘들어 하시지 않을까. 문득 걱정이 앞선다. 한 번씩 뵐 때마다 내게 주신 경산 서체의 ‘아련하다’는 글. 지금도 가슴에 남아 있는데… <수필가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