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대장동개발사업을 도와준 대가로 아들을 통해 50억원의 뇌물(세금 공제후 25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회의원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국회의원의 아들이 일반 국민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액수의 돈을 받았는데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서울중앙지법은 지난 8일 “곽 피고인의 아들에게 지급된 급여나 성과급의 일부가 곽 피고인에게 지급되거나 곽 피고인을 위해 사용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했다.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도 무죄 선고를 받았다. 법원이 유죄를 인정한 것은 대장동 일당 중 1명인 남욱 변호사가 곽 전 의원에게 건넨 5천만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8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것이 전부다. 곽 전 의원의 아들은 화천대유에서 약 6년간 근무하다 2021년 4월 퇴사하면서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 6년간 대리급으로 근무한 31세 직원에게 이런 거액이 퇴직금 등으로 지급된 것은 국회의원이 대장동 일당에게 그에 해당하는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가능한지 의문이 남는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을 기소하면서 결심 공판에서 징역 15년과 50억원 가운데 세금을 제외한 벌금 25억원을 추징해 달라고 재판부에 주문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곽 전 의원의 아들이 받은 돈이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많긴 하지만, 화천대유가 곽 전 의원에게 알선 등의 대가로 건넨 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재판부는 증거에 입각한 선고였다고 주장하겠지만, 이번 판결을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곽 전 의원이 포함된 ‘50억 클럽’ 의혹은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서 시작됐다. 이 녹취록에는 김만배 씨가 ‘곽 전 의원에게 아들을 통해 50억원을 줘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곽 전 의원 뇌물 의혹의 유력한 물증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김만배 씨는 ‘동업자들에게 공통 사업비를 더 부담시키려고 허풍을 떤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도 결과적으로 녹취록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녹취록 외에 뇌물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 검찰의 책임이 크다. 수사와 공소 유지에 미진한 점이 없었는지 검찰은 다시 확인해야 할 것이다.이번 판결로 대장동 의혹의 한 축인 ‘50억 클럽(정관계 로비)’ 수사가 흐지부지 끝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을 근거로 공개된 50억 클럽 명단에 포함된 전직 법조인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금까지 거의 진척이 없는 상태다. 검찰은 전직 고위 법조인들에 대한 수사를 더 이상 미루지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검찰이 계속 소극적인 태도로 수사를 진행한다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