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버린 땅에서도 동사하지 않고 살아남는 뿌리
지면이 차갑게 얼어붙어 겨울 그곳에 깃들어 사는 짧고 가느다란 뿌리들 얼어 죽지 않는 이유빈 들이나 무덤을 까맣게 태워도 불속에서 살아남는 뿌리지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봄날 그곳에 세 들어 있는 뿌리들 타죽지 않는 까닭표면이라는 것감싸고 있는 속을 숨겼다 들켰다 하면서 방어의 최전선에서 중심노릇까지 해야 하는 그 표면이라는 것아무것도 아닌 것 같으나 실은 전부인 것이어서그곳에 둥지를 튼 발톱이 뽑히지 않는커다란 나무들이 죽는 것은 봤어도 이름 없는 풀들은 죽지 않는다살기 위해서라면줄기와 잎을 스스로 버릴 수 있는 목숨들나는 죽으면 눈동자만 남을 것이다 내 눈에서 자란그 작은 뿌리들이 죽지 않는 한죽어도 살았다고 할 것이다내 눈에 맺혔던 실핏줄 하나썩지 않고 싹이 난다면…<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얼마 전 바깥에 놔 둔 화분의 나무들이 냉해를 입었다. 빙점보다 높은 온도에서 임계 온도보다 내려갈 때는 나무의 세포막이 겔 상태가 되어 용질 평형이나 효소의 활성 상태가 깨져 버리는 것이다. 그 피해가 나무의 동사(凍死) 로 이어진다. 어쩔 수 없이 바깥에 둔 탓에 발만 동동 굴렀다. 비닐로 덮어주고 낡은 옷으로 나무를 덮어 주었어도 살릴 수가 없었다. 마음이 아팠지만 마음을 접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화분에 공생하는 풀들은 푸르게 살아 있었다. 커다란 나무들이 죽는 것은 봤어도 이름 없는 풀들은 죽지 않는다’ 라는 시인의 시가 순간 가슴을 휘돌아쳤다. 그 풀들을 보는 순간, 갑자기 가슴 속에서 불이 확 지펴지는 느낌을 받았 다. 희망이랄까. 어쩌면 화분의 나무는 잎과 줄기는 버리고 뿌리는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따뜻함 같은 것이었다. 나무의 죽음이라는 싸늘함을 사라지게 했다.뿌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으나 실은 전부인 것’인 것이었다.‘지면이 차갑게 얼어붙어 겨울 그곳에 깃들어 사는 짧고 가느다란 뿌리들 얼어 죽지 않는 이유’는. 뿌리만 살아서 버틴다면 다시 모두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버티는 것이었다. 뿌리만 살아 있다면 말이다. 인간도 그렇다. 자신의 정신적 뿌리를 지키고 있다면 그 눈빛에 ‘맺혔던 실핏줄 하나 썩지 않고 싹이 난’다는 것. 언젠가는…살아난다는 것!<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