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먼 곳이 되고 싶다철로 위에 귀를 댄 채먼 곳의 소리를 듣던 아이의 마음으로더 먼 곳이 되기 위해선 무얼 해야 할까꿈속이라면 아이가 될 수도 있다악몽을 꾸게 될 수도 있다몸이 자꾸 나침반 바늘처럼 떨리는 아이가 되어무슨 잘못을 저질렀을까 봐 괴로워하면서몸이 자꾸 깃발처럼 펄럭이는 아이가 되어어리석은 사랑에 빠졌을까 봐 괴로워하면서무녀리로 태어나 열흘을 살다 간/ 강아지의 마음으로그 뭉근한 체온을 안고 무덤을 만들러 가는아이였던 마음으로/ 꿈에서 깨게 될 것이다울지 마, 울지 마// 라며 찰싹찰싹 때리던 엄마가 실은자기가 울고 싶어 그랬다는 걸/ 알아버린 아이가 될 것이다//그럴 때 아이들은 여기에 와서모르는 사람에게 손을 흔든다꿈이라면 잠깐의 배웅이겠지만불행히도 꿈은 아니라서 마중을 나온 채//그 자리에서 어른이 되어간다마침내 무엇을 기다리는지 잊은 채로//지나가는 기차에 손을 흔들어주는/ 새까만 아이였던 마음으로지금 나는 지나가는 기차가 되고 싶다//목적 없이도 손을 흔들어주던 아이들은어디에고 있다는 걸 알고 싶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아이가 되고 싶은 마음, 아무런 연유도 없이 지나가는 기차에게 손 흔들어주는 가식 없이 순수한 아이가 되고 싶다. 아니, ‘지금 나는 지나가는 기차가 되고 싶다’ 그냥 무심히 스쳐가는 기차가 되고 싶기도 하다. 계산하지 않고 목적을 가지지 않으면서 모르는 이에게 손 흔들어주는 기쁨의 아이로 남고 싶은데 미래는 아니다. 어른을 만들어간다. 마음을 숫자로 계산하고 순수를 불순으로 색칠한 후, 편협으로 해석하고 있는 어른이 되어간다. 슬프다.<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