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금 동해로 간다
차창 밖에서 누가 손을 밀어넣는다그까짓 세상 같은 거 절망 같은 거확 잡아채 강둑에 던진다강물이 퍼렇게 눈을 뜨고 올려다본다못난 몸 어디가 조금 젖는 것 같다노을이 붉어지고잔정에 붙들린 마음이 붉어져낄룩낄록 낄룩새처럼춘천강을 건너간다경춘선은 왜 휘어지다 말다 이어지는가차는 속이 거북한 듯 몇번 쿨럭거린다건성으로 질주하는 직행버스일사천리 질주만이 전부라는 듯고속으로 달린다지름길도 회전길도 후진시킨다그는 비로소 어깨에 힘을 내린다지정석에 앉아이렇게 달리는 게 직진하는 生이냐, 그는이정표 쪽을 물끄러미 본다아득한 삶의 절벽, 비탈길 오르다뒤축 닳은 세월 갈아 끼지 못했다불시에 마주친 검문소 몇개잘못이 없는데도 바퀴는 자주 덜컹거린다무제한을 넘어서는 속도계한계령에 와서야 겨우 속도를 늦춘다저 고개를 넘어야, 결국 나를 넘어서야......지금 그는 동해로 간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동해는 꿈이나 희망을 건네주는 먼 나라의 바다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동해가 좋았다. 맑은 물이 넘실대고 푸른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이 아득했으며 그 너머에 꿈이 자라고 있을 거라고 상상했다. 그래서 늘 동해로 달려가고 싶었다.지금은 매일 아침마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걷고 있다. 이제는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게 기대한다. 그 바람 안에 나긋한 희망이 묻어온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세월은 현실보다 아득한 무언가에 자신을 걸어두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질주하는 세월 때문에 ‘뒤축 닳은 세월’이 되어 ‘삶의 절벽’에 서 있을지라도 여전히 ‘동해행’은 노을 아름다운 미래를 보게 한다. 그 곳에서 ‘나를 넘어서는 나’를 보게 될 거라 믿는다. 매서울 정도로 거친 동해 바람 속, 수평선 너머로 날아가는 날개를 달아보는 2023년 아침.<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