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의원님.
우스개 소리이기는 하지만 시중에서 떠도는 "형동이는 뭐하노"라는 말 속에는 작금의 세태가 잘 반영돼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원님께서도 느끼고 있겠지만 요즘 지역에서는 조금만 눈치가 있어도 알아차릴 수 있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장이 목숨 걸다시피 밀고 나가고 있는 안동·예천 행정 통합에 더 책임감 있게 앞장 서야 할 국회의원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집행부에서 올린 행정통합지원조례안이 시의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지다 보니 배후에 혹시 김형동 국회의원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괴이한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시대적 사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큰짐을 떠안은 권기창 시장이 “긁어 부스럼 만드는 쓸데없는 짓거리를 독단으로 추진한다”며 되레 욕을 된통 얻어먹는 기이한 이 상황은 누가 마치 작당한 한 편의 코메디를 보는 기분입니다.
만약, 만약이긴 하지만 김형동 의원님! 이 부담스럽고 성사되기도 어려운 안동·예천 통합 문제를 골치 아프다고, 해결하기 힘들다고, 혹은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슬쩍 비켜갔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모르긴해도 지금처럼 시끄럽진 않겠지요? 중심에 서 있는 시장 또한, 저렇게 욕을 먹진 않겠지요? 대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대신에 역사적 책임은 져야 할 것입니다. 정치적 책임도 져야할 것입니다. 더한 것은 감당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안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이 시점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2008년 안동과 예천은 힘을 합쳐 경북도청을 유치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공동유치의 정신 속에는 향후 두 지역이 서로 통합하겠다는 정서적 전제와 함의가 녹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부인 못할 역사적 대의를 두고 그 세월이 15년이나 흐르는 동안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통합을 향한 공식적인 공론화 절차가 없었다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도자들의 책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안동·예천 통합을 위한 공론화가 절실한 이유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 군위·의성·영덕·청송 선거구에 속해 있던 군위가 대구시에 편입됨에 따라 다음해 4월에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경북지역 국회의원 선거구가 조정되는 것도 이 시점 안동·예천 통합 문제를 마냥 방기할 수 없는 분명한 이유입니다. 만약 군위를 대신한 곳에 예천이 채워진다면 안동·예천 행정통합은 더욱 더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안동·예천이 한 선거구로 있어도 반대 여론이 비등한데 예천이 다른 선거로 편입된다면 더 말해 무얼 하겠습니까?
그런데 아직도 안동·예천 통합을 테이블 위에 올리는 것조차 빠르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공론화하는 것조차 서두른다고 말하는 무지막지한 이들이 뒤에서 통합을 추진하는 시장을 욕하는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김 의원님,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입니다만 안동·예천 행정통합은 기실 당신께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그날 당장 추진했어야 마땅했었습니다. 예천군수, 도의원과 시의원의 공천권을 쥔 막강한 힘으로 이것을 전략적으로 추진했다면 적어도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예천군수가 도의원과 군의원이 대놓고 통합을 반대한다고 부르짖는 이 상황만으로 국회의원의 정치력 부재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김 의원님께서 가실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사력을 다해 안동·예천 선거구를 사수하십시오. 여기에 정치 생명 전부를 거십시오. 그리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대의에 자신을 던질 줄 아는 시장 곁에서 진정한 장수로 거듭나십시오. 그것이 의원님을 뽑아준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고 “형동이는 뭐하노”라는 질문에 대한 당당한 대답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