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내리, 두물머리 강가에 잠긴느티나무 그림자는 검푸른 두근거림이다강 저편포개 앉아 가슴을 맞댄큰 산 작은 산 농담(濃淡)이습자지에 떨어진 먹물처럼번지는 초저녁재두루미 한 마리살얼음을 흐르는 겨울 햇살에길게 목 빼고 서 있다 날아간 정지 화면에천 년 전 세상 전부를 걸어 단 하나의 이름을느티나무 가슴팍에 새긴 적 있다그 가슴팍에 안겨 잠들기 바란 적 있다흉터에 돋은 가지도 비 내리는 날이면 강물처럼 소리 내어 울었다그런 날이면 영락없이저녁놀 없이 뜨거운 해넘이에끝없는 밤이 강을 넘었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느티나무가 있는 두물머리 강가, 잔잔한 풍경 안을 거닐어 본다. 한가해 보이는 재두루미 한 마리가 유유자적 강 속을 들여다본다. 강 속에 잠겨있는 저녁노을을 길게 잡아당겨 긴 목으로 휘감아 보는 사이 물풀 속으로 자러 들어간 버들치며 납자루, 쉬리는 꼬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깊숙한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다. 겨울 햇살에 반짝이는 살얼음이 눈부시다. 세상 전부를 걸 만큼 가슴 속 깊숙이 들어 온 ‘단 하나의 이름’을 ‘느티나무 가슴팍에 새긴 적’이 있다는 말. 비 내리는 강물에서 빗소리에 묻혀서 울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소리 내어 울기도 했다는 말이 저리다. 그런 날들이 있었는지조차 까마득해진 사람의 등허리를 시리게 한다. 그러게, 진심은 그렇게 늘 아픔을 동반한다는 거다. 그 아픔이 파동을 일으켜야 할 만큼 커야 느낄 수 있듯이 쉽사리 드러나지 못하는 거다. 겨울 강가에 서면 얼음처럼 투명한 진실 한 가닥이 수면에 새겨져 있음을 본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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