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고교시절, 친구에게 거짓말하길 좋아하는 짝꿍이 있었다. 매우 문제아 적 성향을 가진 그 친구는 교복차림에 늘 맨발의 하얀 백고무신을 신고 등교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서 그것이 거짓말일지라도 그 친구 주변에는 사람이 많았다. 그의 대표적인 거짓말을 살펴보면, 치통이 왔을 때 치과병원을 가지 말고 그냥 간단하게 치약을 짜서 충치가 난 구멍에 넣으면 시원하게 치료가 된다는 것이다. 창을 들고 웃으며 서있는 빨간 색의 충치 균을 치약이 모두 없애준다는 것이 그럴싸했다. 당시 충치가 있던 친구들과 난 조언대로 치약을 짜서 구멍(Cavity)에 넣었다가 입속에 번개가 치기 시작하며 지옥을 맛봤다.
기억에 남는 그의 두 번째 시리즈의 거짓말은 영화를 보다보면 본편이 시작 전, 늘 하품하듯 울부짖는 사자가 있었다.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사 MGM사의 인트로 장면이다. 고전 영화에서 이 사자들의 울부짖음은 빼 놓을 수 없는 상징인데, 이것도 친구들에게 거짓으로 알려주었다. “영화 작품성에 따라서 사자가 한 번 울부짖든지, 두 번, 최고로 작품성이 뛰어 난 것은 사자가 세 번이나 울부짖는다.”는 것이다. 어리석은 우리 친구들은 영화를 보고나면 늘 개운치 않는 뒷맛을 남겼다. 그것은 사자가 두 번 밖에 울지 않아서 작품성이 없는 그저 그런 영화였다는 찝찝함이었다. 모든 작품에서 사자는 두 번 밖에 울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들의 기억 속에는 거짓말이었지만 재미있게 말하던 그 친구는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다녔다. 20여 년 전, 건설관련 일을 하게 된 친구는 어떤 연유였던 큰 부자가 되어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한 참 베트남의 어느 계획도시 공사를 맡아 그 건으로 베트남을 자주 방문한다. 공항에서 베트남 부총리의 영접을 받고 군부의 호위를 받으며 시내로 향했다는 것 등등. 조금은 행적이 이상하고 수상했지만 고교 졸업 후 만난 반가움과 출세를 한 친구를 반기며 그의 성공에 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했다. 그러다가 친구들로부터 살짝 수상한 친구로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친구들과의 이야기 중 하나, 사기꾼은 하수, 중수, 고수로 나뉜다는 말이 있다. 사기꾼, 하수는 사기 친 놈을 만나면 그 놈 멱살을 잡고 패줄 것이라며 치를 떨고 있게 만드는 수준이다. 중수는 돈과 시간을 들여 그 친구를 잡으려 노력하지만, 또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비싼 수업료를 낸 것으로 스스로 화를 삭이는 수준이다. 사기꾼 고수는 자신이 사기 당한 돈을 찾기 위해 다시 얼마간의 사기꾼에게 돈을 다시 지불하며 “꼭 그 돈을 다시 찾게 해 달라.”며 얼마를 더 투자해야 회수가 가능한지 사기꾼에게 다시 매달리는 수준이다. 그러면서 친구사이도 유지하며 존중받으며 사기 치니 그는 고수 중 고수이다.거짓말이 일반적이지 못한 경우는 사람들은 대개가 거짓말을 하면 자신부터 속여야 하기 때문에 상대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그리고 거짓말은 양심이라는 반대 작용이 생성되므로 스스로 긴장감이 조성되어 신체적인 변화가 생긴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땀의 분비량도 생기며 체온이 변화한다든지 심하게는 심호흡의 박자도 틀리는 등등 일반인들에게는 쉽지 않는 행위이다. 거짓말은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혹은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기 위해 자신의 위치와 수준, 그리고 직업적 행위에 조금 살을 보탰을 뿐인데 정직하지 못한 그 행위가 가지고 오는 사회적 파장은 만만치가 않다.2007년 경, 어떤 거짓말 하나가 온 나라를 뒤집은 사건이 있었다. 그 유명한 신 모 씨 스캔들이다. 허위 학력 파문과 청와대 고위층과의 스캔들로 대통령까지 국민사과를 했던 것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청와대 모 실장과의 내연관계로 비난을 받을 뿐만 아니라 권력의 배후로 큐레이터로 모 미술관에 근무를 하게 되었다. 아래 알고 보니 그녀의 학력 또한 엄청난 거짓이었고, 그러나 놀라움은 그 다음에 봇물 터지듯 한국 사회를 뒤집었다. 각종 매체에 등장하는 수많은 전문가, 혹은 학자, 연기자, 교육자 등등의 학력이 위조된 채 세상에 그 치부를 들어낸 것이었다. 그들이 비난 받는 이유에는 모두 학력위조 등 거짓말이 있었다.세월이 흘러 그들의 행각은 점점 이 사회에서 퇴색되며 사라져 가지만, 최근 정치권에서는 다시 거짓말의 잔치를 보고 있다. 정계, 관계, 기업, 폭력조직 등과의 얽히고설킨 여러 가지 혐의와 거짓으로 보이는 현상이 2023년 새해 벽두부터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너무나 많은 양치기소년의 거짓말로 세상은 점점 어두워지고 시끄러워져만 간다. 믿음을 저버린 친구가 친구에게 사기를 치고 취득한 이익과 지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사고와 비교해서 살펴보면 앞 서 말한 친구 건은 어린애 수준이고 하수 중의 하수인 것 같다. 거짓말은 무엇인가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기 위해, 혹은 감추고 싶은 것을 감추기 위해 행해진다.거짓말. 그 것이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예전에 했던 자신의 거짓말을 일정부분 기억을 해야 하고, 거짓의 조각조각이 전체적인 스토리와 일치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므로 힘겨울 수밖에 없다. 수사하는 측에서는 모든 증거자료를 취합할 것이고, 수사 받는 쪽에서는 그 조각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서로 맞지 않는 부분으로 거짓을 가려내 처벌을 받을 것이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모두를 영원히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 제일 편하고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고, 철없던 시절 거짓말을 일삼던 친구는 나이가 들어도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