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코트 자락을 흩날리며말없이 떠나간 밤을이제는 이해한다 시간의 굽은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수록이해할 수 없는 일, 그런 일이하나둘 사라지는 것사소한 사라짐으로 영원의 단추는 채워지고 마는 것이 또한 이해할 수 있다돌이킬 수 없는 건누군가의 마음이 아니라돌이킬 수 있는 일 따위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잠시 가슴을 두드려본다아무도 살지 않는 낯선 행성에 노크를 하듯검은 하늘 촘촘히 후회가 반짝일 때 그때가아름다웠노라고,하늘로 손을 뻗어 빗나간 별자리를 되짚어볼 때서로의 멍든 표정을 어루만지며 우리는곤히 낡아갈 수도 있었다이 모든 걸 알고도 밤은 갔다그렇게 가고도아침은 왜 끝끝내 소식이 없었는지이제는 이해한다그만 다 이해한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수록 체념도 늘어간다. 체념이 늘어갈수록 후회가 줄어든다. 후회가 줄어든다는 것은 포기가 늘어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후회하며 아파하는 게 싫기에 포기해버리고 마음을 긁히지 않으려한다. 그 사이에 이해(理解)라는 편의(便宜)가 슬그머니 들어 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검은 하늘 촘촘히 후회가 반짝일 때 그때가 아름다웠노라고,’ 말한다. 풋풋함이 있기에 아직은 어설프고 어설픈 것이 있기에 실수하고 그래서 후회하게 되는 것. 그 후회보다 이해를 하고나면 남는 것은 아릿한 슬픔뿐이다. 이해는 내가 받아들이고 있음을 깨닫는 데서 오기 때문이다. 이별도, 상처도 이해하는 것은 후회보다 슬프다<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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