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잠깐 자리를 비웠습니다."내가 제일 크니 형님이다."수박이 과일들에게 말했습니다."배꼽도 안 떨어진 게!"참외가 웃었습니다."예끼!"얼굴에 주름진 대추가 나무랐습니다.손님이 들어왔습니다."대추가 참 다네요."대추도 손님에게는 꼼짝 못합니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과일 가게에서의 대화가 호기심을 동하게 한다. 우리들의 그렇고 그런 생각의 차이를 드러낸다. 사는 일이 제 잘난 맛에 산다고들 한다. 누군가가 자기를 치켜 세워주지 않으면 자기자신이라도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는 인식에 사로잡히고 싶어 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과일들에 빗대어 놓은 것이다.덩치만 큰 수박이 윗사람 노릇을 하고 싶어 하나 조금 주름이 있는 참외가 수박 보고 배꼽도 안 떨어졌다고 단칼에 무시해 버린다. 그것을 보고 있던 쭈글쭈글한 대추가 ‘예끼’ 라고 참외를 나무란다. 대추가 제일 왕초인 줄 알았는데 그 위에 또 댓빵이 있었다. 돈을 가진 손님이었다. 돈으로 과일을 사는 손님 앞에는 꼼짝을 할 수 없다. 금전 지상주의를 풍자한 것이다여러 측면으로 유추해 볼 만한 우화다. 속담처럼 ‘기는 놈 위에 걷는 놈, 걷는 놈 위에 나는 놈’일 수도 있고 ‘우물 안 개구리’들의 모임처럼 보일 수도 있다. 무엇에 기준점을 두고 잘난 체를 했는지 살펴보면 주름살, 즉 나이였다. 능력도 아니고 힘도 아닌 나이라는 데 흥미롭다. 요즘은 나이를 많이 먹는 것이 전혀 자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젊다’는 것이 큰 특혜가 되어버린 세상이다. 나이로 대우해주던 시대는 지나갔다. 젊어 보이기 위한 노력으로 염색약, 주름개선 기능성 화장품, 콜라겐 함유 의약품, 성형외과, 헬스장 등 헤아릴 수 없다. 즉 겉을 가꾸기 급급해진 시대가 온 것이다. 돈으로 다 해결되는 금전 지상주의를 풍자한 것이다. 나이가 주는 중후함, 경험, 여유로움, 지혜 등은 뒷전이 되어 버렸다. 안타까운 일이다. 외모에 의해서 혹은 금전에 의해서, 평가받는 인식에 일침을 놓은 시인 것이다.어른다운 어른이 되기 위한 시도는 해 볼 일이다. 누구와 비교하거나 비교 당하는 인식은 버려야겠다. 그래서 외모나 젊음을 압도할 수 있는 해박한 지식이 있거나 해결책이 있는 지혜가 있거나……그래야겠다!<수필가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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